[서울 파노라마] '홀로 여성' 자립만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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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자녀 둘을 홀로 키우고 있는 정은순(鄭銀順.55.서울 강북구 우이동)씨는 지난해 9월 어엿한 사장님이 됐다.

몇년 전 남편과 이혼한 후 무일푼이었던 鄭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 으로 지난해 2월 실직 여성가장을 대상으로 한 재취업 교육을 받았다. 3개월간 교육을 받은 후 조리사자격증을 딴 鄭씨는 빈집을 월세 25만원에 빌려 한정식 전문 음식점을 열었다.

이혼.배우자 사망 등으로 홀로 남은 여성들이 인력개발센터의 실업자 훈련과정을 거쳐 창업이나 취업전선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 나도 이젠 사장님=꽃꽂이를 취미로 하던 이희경(李熙景.42.서울 종로구 혜화동)씨는 2년 전 꽃집경영 과정을 마친 뒤 5백만원으로 꽃집을 시작했다. 李씨는 생화만 팔아서는 수익률이 낮다고 생각해 조화와 말린 꽃을 이용한 '주름지꽃' 을 개발했다. 1백% 수제품인 주름지꽃은 사무실이나 레스토랑의 실내장식용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교육센터는 상담→훈련→취업알선까지 원스톱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강북여성인력개발센터 홍양희 관장은 "창업하려는 교육생이 있으면 창업 전문가가 현장을 방문해 위치.여건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조언해 준다" 고 말했다.

◇ 전문기술 갖춰 취업 술술=서교호텔에서 룸메이드로 일하고 있는 이은형(가명.47)씨는 아침 출근길이 즐겁다. 지난해 가을 룸메이드 교육을 받을 때만 해도 자신이 직장에 다니게 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李씨는 센터의 소개로 지난 3월 호텔에 취직했고 하루 10시간 근무에 월 80만원을 받고 있다.

룸메이드 이외에도 의류수선.단체급식조리.텔레마케터 등 업무상 전문성을 요구하는 직업은 교육을 마치는 즉시 취업이 될 정도로 수요가 많다.

◇ 어떤 프로그램 있나=서울시내 16곳의 여성인력개발센터는 아기를 봐주는 베이비시터, 결혼에 관한 업무를 대행해주는 웨딩매니저 등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이론과 실습을 병행해 교육한다.

수강자격은 ▶배우자 사망으로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여성▶이혼 후 자녀(만 18세 미만)를 돌보는 여성▶배우자가 장애나 사고 등으로 가족을 부양할 수 없는 경우의 여성 등이다. 여성인력개발센터 홈페이지(http://www.vocation.or.kr).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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