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상도'서 홍은희씨 주인공 맡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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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일생에 한번 올까말까 한 배역이죠. 독한 마음 품고, 이 악물고 할 겁니다. "

누구의 결심이 이토록 비장할까. 오는 10월 방영 예정인 MBC 창사 특집극 '상도(商道)' 에서 주인공 임상옥의 부인역으로 캐스팅된 신인 탤런트 홍은희(21.사진)다. 참신한 얼굴을 찾겠다는 제작진의 의욕으로 3차 오디션까지 거치며 행운을 잡았다.

홍은희는 2백년 전의 무역왕 임상옥을 평생 내조하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이름은 '미금' 이다. 1백만부 이상 팔린 최인호씨의 원작 소설에서 이 이름을 찾기란 쉽지 않지만, 드라마에선 여주인공으로 화려하게 부활한다.

드라마 '상도' 에서 미금은 임상옥의 그림자와 같다. 좌절과 성공을 반복하는 남편이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다" 는 화두를 깨치기까지 옆에서 한결같은 사랑과 존경을 보낸다. 홍은희는 17세 소녀부터 60대 후반까지 50년의 세월을 거슬러가는 만만찮은 연기를 보여줘야 한다.

"감독님이 주연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하라고 그러셨어요" . 이제 갓 스물을 넘긴 홍은희의 마음은 들떠 있다.

그러나 연출을 맡은 이병훈 PD의 주문은 여간 깐깐한 게 아니다. 요약하면 "결혼 전에는 도도하고 오만할 것. 결혼 후에는 남편이 상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훌륭히 내조할 것. 그러면서 슬프고 외로운 감정을 연기로 풀어낼 것" 등이다.

남편이 다른 여자를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아는 조강지처의 마음이 어떨까. 사실 거상 임상옥이 사랑했던 여인은 따로 있다. 김현주가 맡은 '다녕' 이란 역이다. 그러나 드라마 '허준' 의 '예진' 처럼 두 사람은 맺어지지 못하고 서로를 바라만 본다.

홍은희는 1998년 MBC 공채 탤런트로 연기 생활을 시작한 신인. 지난해 한 샴푸 광고에서는 홍콩의 인기 배우 리밍(黎明)이 머리를 감겨주는 여인으로 반짝 얼굴을 비췄다.

이병훈 PD는 "나이는 어리지만 동양적 매력이 느껴지고, 특히 한복을 입은 맵시가 뛰어나다" 고 평했다.

심리학에 자기 최면이라는 게 있다. 주문을 외듯 암시를 주면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홍은희는 "나는 미금이다, 나는 미금이다" 라는 말을 하루 2백번 이상 되뇐다. 또 차가워 보이는 이미지를 씻으려고 "나는 따뜻한 여인이다" 라고 짬만 나면 중얼댄다니, 그의 각오를 알 만하다.

글=이상복,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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