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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표-이해찬 '어제의 동지 오늘의 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장기표(張琪杓)도 맛이 갔어. "

민주당 이해찬(李海瓚)정책위의장은 31일 당 4역 회의에 앞서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張씨에게 존칭도 붙이지 않았다. 張씨는 李의장의 서울대 6년 선배로, 학생 운동권과 재야단체에 함께 몸담았던 사이다.

그런 張씨에 대해 李의장이 불같은 반응을 보인 이유는 張씨가 전날 자신의 홈페이지(http://www.welldom.or.kr)에 올렸던 '김대중 정부의 도덕불감증을 고발한다' 는 글 때문이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 으로 돌아선 양상이다.

張씨는 글에서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 관련자들은 광주 민주화운동 보상법에 따라 수천만원 내지 수억원의 보상금을 받았는데, 그들은 이미 각종 권력을 향유하고 있으므로 사양했어야 한다.

어떤 사람(李의장)은 이 돈으로 상을 제정해 소위 언론개혁 운동을 하는 시민운동가 두 사람에게 5백만원씩 줬다고 한다. 집권당의 정책위의장이 상을 주는 그런 운동이 언론개혁 운동이냐" 고 비판했다.

기자들이 이런 張씨의 견해에 대해 묻자 李의장은 거친 발언을 계속했다. 그는 "장기표는 요즘 자세가 겸손치 않아. 내가 1980년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으로 보름 동안 감옥에 누워있을 때 장기표는 잡혀오지 않아 잘 모른다" 며 "상을 받은 성유보.김주언씨는 민주화운동 공로를 인정받은 것" 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李의장은 "민주화운동을 오래했다고 다 도덕적인 것은 아니다. 김윤환(金潤煥) 같은 사람이랑 통합이나 하고…" 라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 순간 회의 멤버인 전용학(田溶鶴)대변인이 황급히 발언을 가로막아 李의장의 독설은 중단됐다.

張씨는 李의장의 발언을 전해듣고 "그 친구가 정말 그런 말을 했느냐" 고 물은 뒤 "난 아무 할 말이 없다" 고 했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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