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선제 핵공격 않겠다” … ‘핵 없는 세상’ 동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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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2012년 핵안보 정상회의 한국 유치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조문규 기자]

1차 핵안보 정상회의를 주도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회의 폐막 후 기자회견에서 캐나다·칠레·멕시코·우크라이나·러시아 등을 일일이 열거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들이 핵물질 폐기 및 감축에 동참한 것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오바마는 이어 “우리는 더 안전한 세계를 만드는 데 실제적인 진전을 이뤘다”고 자평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이날 34t씩의 무기급 플루토늄을 없애는 의정서를 체결했다. 2000년 폐기협정 체결 후 10년 만에 구체적 이행 계획에 합의한 것이다. 칠레는 핵정상회의를 앞두고 자국 내에 남아 있던 고농축 우라늄 18㎏을 미국에 넘겼다. 캐나다 역시 사용후 고농축 우라늄을 미국으로 넘기겠다고 밝혔다. 멕시코·카자흐스탄·베트남 등도 2012년까지 90㎏의 고농축 우라늄을 전량 폐기하기로 한 우크라이나의 길을 가기로 했다.

이렇듯 각국의 핵물질 폐기 선언이 이어짐으로써 전 세계적인 핵감축 가능성이 입증됐다는 게 이번 회의의 최대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도 다자회의에서 핵무기 확산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그는 핵정상회의 공식연설에서 “중국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핵을 먼저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비핵국가와 지역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핵무기로 위협하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핵무기 선제공격 중단을 선언한 건 중국 지도자로서는 처음이다. 더불어 알카에다 등 테러조직에 핵물질이 넘어갈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이에 대한 공동전선을 구축하기로 한 것도 높게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핵무장을 했거나 추진 중인 북한과 이란, 또 핵을 보유한 파키스탄·인도 등의 핵문제를 다루지 않거나 구체적 해결책을 끌어내지 못한 점은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2년 뒤 서울에서 열리는 2차 회의에선 의제 확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제재가 변화 유도”=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지금까지 주민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는 심각한 고립의 길을 선택해 왔다”며 “북한이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제활동을 개선해야 한다는 등의 압박을 느끼고 6자회담에 복귀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론 제재는 요술 지팡이가 아니지만, 우리가 취한 접근방법은 북한의 핵실험에 아무런 상응한 대가를 치르지 않게 한 것보다는 행동의 변화를 유도해낼 개연성이 높다”고 밝혔다.

◆핵 정상회의 ‘욕심’내는 러시아=러시아가 13일 열린 워싱턴 핵정상회의 2차 세션에서 내년에 핵정상회의를 유치하고 싶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이렇게 중요한 회의를 2년에 한 번 열기보다는 매년 여는 게 바람직하다’며 ‘그럴 경우 내년 회의를 러시아가 유치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회의를 주재한 오바마 대통령은 “연말에 각국 세르파(사전교섭대표) 회의에서 논의해 보자”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앵커리지=김정욱 특파원·서승욱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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