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성전 신축 중동분쟁 새 불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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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스라엘의 과격 유대교단체가 동예루살렘 내 템플 마운트(아랍명 하람 알 샤리프) 부지에 새 성전 건설을 위한 초석 설치를 강행해 중동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충돌국면에 접어들었다.

특히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연맹과 이슬람단체들은 유대교 지도부의 이런 움직임을 이슬람권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간주, 종교분쟁으로 비화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실제로 29일 이스라엘 경찰과 이슬람교도들간 충돌이 벌어져 수십명이 부상했다.

이스라엘 경찰은 이날 수백명의 경찰병력을 동원, 초석 설치를 반대하며 투석전을 벌이던 이슬람교도들에게 섬광탄을 쏘며 진압작전을 전개했다. 이 과정에서 적어도 22명의 이스라엘 경찰관과 이슬람교도들이 부상했다.

이에 앞서 과격 유대교 단체는 최근 이스라엘 고등법원으로부터 템플 마운트 진입로에 인접한 주차장 부지에 새 유대교 성전 건설을 위한 초석 설치를 허가받고 이날 설치행사를 강행했다.

이날 행사와 관련, 이스라엘 총리실과 외무부는 28일 회의를 열어 미국.이집트.요르단.유럽연합(EU) 국가들과 접촉을 갖고 상징적 의미를 지닌데 불과한 행사 도중 팔레스타인이 과격 대응을 자제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이끄는 파타운동은 이날을 '분노의 날' 로 선포, 이슬람 교도들에게 하람 알 샤리프에 모여 유대교도들의 알 아크사 진입 시도를 저지할 것을 촉구했다.

아랍연맹의 하난 아슈라위 대변인도 "이스라엘측이 고의로 중동 전체를 분쟁으로 몰아넣고 있다" 고 비난했다.

템플 마운트는 과거 유대교 성전이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현재는 이슬람 제3의 성지인 알 아크사 사원이 세워져 있어 유대교와 이슬람교도들간에 첨예한 종교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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