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러시아 정상 공동성명 무엇 담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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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북한의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다음달 4일 모스크바의 크렘린에서 열릴 양국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와 공동성명에 포함될 내용의 골격이 드러나고 있다.

29일 러시아 소식통에 따르면 양 정상은 크게 ▶세계적 이슈▶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문제▶북한 미사일 문제▶양국간 협력강화문제 등 네가지를 공동성명에 담을 예정이다.또 공동선언의 주요 항목은 모두 12개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정상이 언급할 세계적 이슈는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후 변화하고 있는 한반도 주변정세 및 미국의 미사일 방어(MD)체제 구축, 미국의 유일 패권국가적 경향과 관련된 것들이다.

소식통들은 "푸틴 대통령과 金위원장은 우선 북한의 미사일 개발계획은 순수히 평화적인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후 미국의 MD 구축 추진에 대한 반대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알고 있다" 고 전했다.

또 "북한과 러시아가 테러.국제범죄 등을 반대한다는 공동 입장을 밝히고 러시아가 북한과 국제사회의 대화노력을 지지한다는 내용을 포함할 것" 이라고 말했다.

소식통들은 "이 공동성명은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를 원하는 북한의 입장을 부각하는 동시에 미국의 불량국가 리스트에 올라 있는 북한의 이미지를 씻어주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고 말했다.

공동성명엔 또 "金위원장의 이번 방문은 양국 친선우호협력 역사의 획기적 사건이며 이제 북한.러시아 관계는 새로운 시대에 진입했음을 선언하는 내용도 포함될 것" 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29일 인테르팍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양국 정상은)다음달 4일 모스크바 정상회담에서 전세계 주요 현안들에 대한 공통 입장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 미사일 개발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 며 "이 문제는 전략적 안정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고 덧붙였다.

소식통들은 "러시아는 특히 한반도 철도(TKR)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의 연결과 관련된 양국간 철도협력 문제에 비중을 두고 있으며 북한은 양국간 정치.군사협력의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 전했다.

이들은 金위원장의 방러 기간 중 양국간 철도협력협정이 체결될 것이며 군사.기술교류, 북한 내 공장의 현대화 계획, 대학생 및 연구인력교류 등 여러 협력방안이 함께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공동성명에 포함될지는 알 수 없지만 6.15 남북 정상회담 합의의 이행과 金위원장의 서울답방 문제도 양측간에 심도있게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金위원장이 미국의 부시 행정부를 상대로 한 의미있는 군사.외교적 제안이나 조건부 미사일 발사 중단을 위한 세부방안을 내놓을 것이란 조심스런 예상도 나오고 있다.

중국 방문이 북한의 개혁.개방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러시아 방문은 정치.외교적 측면이 더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모스크바=김석환 순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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