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아듀! 만감 교차한 해태선수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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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참 질긴 인연이야. "

29일 광주 해태-삼성 경기에 앞서 삼성 김응룡 감독은 자신이 지난 18년간 사령탑을 맡았던 해태의 마지막 홈경기 상대가 돼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고별전이라고 봐주지 않는다" 고 못박은 김감독은 자신과 입단 동기인 해태 최윤범 단장이 감사패를 받을때 눈시울을 붉혔다는 전언을 듣고 "허, 그 사람도…" 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감독은 "솔직히 해태가 영원히 남길 바랐다. 그러나 기아가 해태의 명성을 이어갈 것으로 믿는다" 고 말했다.

막상 해태는 아쉬움과 희망이 반반씩 섞인 분위기였다. 해태 김성한 감독은 "붉은색 해태 유니폼을 벗게 돼 섭섭하다. 해태에서 빨리 벗어나 새롭게 출발하겠다" 고 말했다.

선수들도 연고지와 팀 명칭이 바뀌지 않았고, 기아가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해 어두운 표정을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고 해태 선수단 전원이 그라운드에 올라가 팬들에게 고별인사를 하면서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해태 타이거즈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만 팬들의 가슴 속에는 영원히 남아있을 것입니다. "

해태의 송별사가 낭독되는 가운데 몇몇 선수들은 눈물을 참으며 내내 발끝만 쳐다봤다.

기아 타이거즈로의 새출발을 축복하는 '희망의 나라' 합창으로 행사가 끝났지만 광주경기장을 찾은 1만1천여 팬들은 "해태, 해태, 해태" 를 계속 외치며 자리를 뜨지 않았다.

광주=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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