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 이부영의장 창당 1주년 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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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이 11일 창당 1주년을 앞두고 10일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들의 질문을 받기에 앞서 그는 모두 발언을 했다.

다음은 모두발언 요지.

▶ 창당 1주년을 맞은 열린우리당 이부영의장이 10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 1년의 평가와 향후 국정운영 방향 등을 밝히고 있다.(연합)

내일이 우리당 창당 1주년이다. 감회가 새롭다. 1년 전에 열린우리당 창당을 했다. 47명 의원으로 창당돼서 집권당이라고 하지만 아주 소수의 원내 의원 밖에 못 가진 정당이었는데 그래도 그 뒤에 온갖 난관 뚫고 17대 총선서 152명이라는 과반수 집권여당으로 탄생했다. 비록 제 자신이 17대 총선서 낙선했지만 제가 당선된 것 만큼 기뻤다. 오히려 더 기뻤다. 해방 뒤에 대한민국이 건국된 이후에 남북의 화해 교류 협력 평화 공존 내세우는 정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했다는 것은 우리 시대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역시 데탕트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사람들은 세력교체란 말을 쓰지만 저는 그런말 좋아하지 않는다. 데탕트 시대 명실공히 증명하는 정치 시대를 증명하는 세력이 대한민국 1당 됐다는 게 열린우리당 창당의 가장 큰 의미다.

총선에도 공약했듯이 열린우리당은 냉전법제를 화해 교류 협력시대에 맞도록 고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고, 17대 국회가 개막되면서 그 공약을 실천하고 있다. 지역주의 갈등으로 점철됐던 우리 정당사에 국민 통합세력으로, 지역을 넘어선 국민통합세력으로 등장하게 됐다. 이처럼 열린우리당은 자기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큰 역사적 임무를 띄고 등장한 정당이다.

창당돼서 오늘까지 이르는 동안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북핵문제, 수출이나 이런 것은 잘돼서 올 연말이면 2600억 달러에 달하는 수출고 달성하지만 내수침체, 서민경제 어려움이라든지, 이런 경제적 어려움을 많은 국민들이 겪고 있다. 북핵 위기는 아직 북한의 위협이 상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국가나 체제로서의 북한의 경쟁력 자체는 이미 의미없는 것이다.국력이 30대 1 정도고, 군용기가 훈련 못할 정도의 유류난. 북한의 위협론이란 것도 북핵이란 것 때문에 실제 이상으로 과장돼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북한 위협론은 그대로 국민들 속에 상존하고 있다. 그러나 또 한편 경제위기도 있다. 우리경제의 펀더멘털이 아주 건전하다. 차세대 성장동력산업 가능성도 높다. 세계 1위의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이 몇년 새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그러나 대기업이나 수출경제 호황이 서민경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데 문제 심각성 있다. 북핵위기와 내수침체나 서민경제의 어려움, 이런 중첩된 악조건 속에서 우리당은 개혁을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것이 부분적으로 국민 일부로부터 개혁에 대한 저항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하려는 이 개혁이 우리 사회의 아직 남아있는 독재 내지는 권위주의 사회의 찌꺼기 들을 설거지하고 해소시키는 일이다. 멈출수가 없다.

글로벌 스탠더드 맞는 투명한 사회, 신뢰를 쌓는 사회. 이런 걸 만들기 위한 개혁 입법의 작업이다. 이런 것에 대한 국민들 이해가 그렇게 높지 않다는 것이 우리당이 하고 있는 개혁작업의 어려움이라고 생각한다. 저희 자신이 아직 미숙한 점 있고 해서 국민들에게 넓은 이해 얻지 못한 측면있다. 혹은 우리 자신이 주관적 의지에 열중하다보니 객관적 조건 같은 것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측면도 있었다고 본다.

저희들에게 맡겨진 새로운 시대, 새 정당으로서의 역사적 임무, 이것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여러분들에게 지난 17대 총선 취재 다 해보셨으니 아시겠지만 이런 선거가 그 전에 있었나. 이렇게 돈을 가지고도 돈을 쓰지 못해 쩔쩔매고, 청렴한 선거를 할 수 밖에 없던 선거가 이전에 있었나. 앞으로 이런 선거를 몇번 더 치르게 되면 저희들은 정치권의 새로운 분위기랄까, 즉 누구에게도 돈 때문에 떳떳하지 못해서 정책을 실시하거나 할때도 눈치를 보고, 청탁에 시달리고 이런 일은 점차 없어지지 않겠나.

언론인 여러분도, 많은 국민들도 우리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산이 높으면 좀 돌아가고, 물이 깊으면 좀 얕은 곳을 골라 건너가고 그래야 한다.옛말에 누울 자리보고 발 뻗으라고 했다. 집권여당으로서 국민들 맘을 헤아려 그런 일도 해가야 한다. 가능한 한 당내에서도 이런 문제 관해서 좀 더 넓게 토론을 하겠다.

다음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누울 자리 보고 발 뻗어야 하는데 지도부와 의견 수렴은.

=우리 당 의원들이 다 양식있는 분들이어서 누울 자리 보고 발 뻗을 분들이다. 염려하지 말라.

-일부에서는 그래도 열린우리당 정체성에 맞춰 산이 높더라도 그냥 넘어가고 정면돌파 의견 많은데?

=나도 그렇게 안다. 앞으로 더 대화할 것이다.

-돌아가다 보면 4대 입법 연내에 못할 수도 있는데.

=그 안에 또 조건이 만들어지면 다 할수도 있는거죠.

-이참에 박근혜 한번 만날 생각은.

=저야 언제든 못만날 이유가 있나. 그러나 그쪽에서는 대통령 만나려고 하더라. 몇번 대통령께 보자고 말씀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평당원이 돼서...

-돌아가야 한다는 말씀은 이른바 4대 개혁입법이 연내 합의처리 안되면 내년으로 미룰 수 있다고 볼 수 있나.

=왜 4대 입법을 자꾸 결부시키지? 그것만은 아니잖아요. 우리당이 좀 더 유연하고 포용적이고, 그런 입장을 보이면서 가야한다.

국민들이 볼때도 우리가 좀 가파르다던지, 여유가 없다던지 그렇게 보인 측면은 없나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자는 것이다.

상대방이 우리를 반미 친북 좌파라고 몰아세우니까 그것에 대한 반응을 보이면서 좀 가팔라질수 있었다고 본다. 이제 그런 색깔론도 그만하면 다 보인것 싶기도 하고, 상대방도 좀 절제하는 모습 보이면 우리당에서도 그들에게 제1당으로서의 자세를 좀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과반 넘는 지지 받았으면 야당도 120석 넘는 지지 받은 정치세력이라는 것을 현실적으로 인정하는 마음을 가져야한다. 그들이 우리를 친북 반미 좌파라고 부르지 않는다면 우리도 그들을 냉전수구세력이라고 폄하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색깔론 안하는 것과 4대입법 합의 바터는.

=색깔론 가지고 재단 안한다는 것은 밑바닥에 상대방을 관용한다는 것. 지금 이후 국회에 다시 등원한 이상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고, 이제부터는 색깔론 제기를 안한다는 것은, 지금 직전까지 냉전-비냉전 세력으로 나뉘어 싸웠다면 둘이 모두 다 데탕트 시대에 사는 정치세력이라는 걸 서로 인정해야 한다.

앞으로 국회안에서 그 논쟁, 색깔논쟁을 서로 벌이지 않는 것만 가지고도 저는 대단히 협상이나 타협이 유연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우리당 386 의원들에 대한 지긋지긋한 씹는 얘기가 사라질 것이라고 본다. 아니 그사람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386의원들만 표적을 삼아서 공격을 하냐 말예요. 야당 안의 386 의원은 또 예외인가 그런 생각도 하게되고. 여야를 망라한 386 의원들에 대한 험담이 세대 논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네티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세대논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될 수 있으면 386의원들을 자꾸 일부에서 주사파라고 부르는데 연세드신 분들 가운데서 그렇게 부르는데, 이게 세대간의 간극으로 나타날때 대단히 좋지 않다고 본다. 그것이 나이드신 분들을 젊은 세대들이 전면적으로 대화 상대로 삼지 않으려는 걸로 나타난다.

-의장님이 먼저 보안법 폐지논의 거부는 냉전적이라고 했는데.

=우리를 반미 친북 좌파라고 했는데, 그런 세력이라면 나를 고발하라고 했다. 이쪽 젊은이들은 열 받치니까 그쪽을 수구 보수라고 하는 것. 한나라에서 국가보안법 대안 내놨다는것. 내용은 못봤지만 뭔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이다. 우리가 창당돼서 집권여당이 됐다고 하면서도 저나 당직자나 여러분들이 기자실 제대로 찾아보지도 못하고, 그런게 우리들 맘이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는 것 이해해주고. 요새 굉장히 힘들게 정치하고 있다는 것 다 아실 것. 대신 사과도 하고 그럴께요. 내가 시간 자주 못낸것도 미안하게 생각한다.

- 최근 당내 중도성향 모임 대표가 국보법 대체입법하면 지지율 오를 것이라고 했는데. 개혁법안 완화할 수도 있지 않겠나.

=우리가 야당이 아니다. 아 저 정당이 이제 심호흡을 하면서 가는구나, 가쁜 숨만 내쉬며 가는게 아니라 심호흡을 하면서 가는구나. 조급증에서 좀 벗어나는 구나. 이런 안정감을 국민에게 주면서 가야하지 않을까도 생각한다. 저는 곧 저 사람들이 너무 느리게 간다는 말을 들을 지경으로 좀 여유있게 갔으면 한다.

나는 국회의원 떨어지긴 했지만 의외로 의장하게 돼서 국회일 덜 매인 입장서 의장하려니까 아, 이게 시간을 나에게 허락해주셨구나... 외국에도 다닐수 있게 해주시고. 의외의 일을 할 수 있게 해주셨구나 하고 생각한다.

- 선거법 때문에 고초 겪고 있는데.

=그만하라면 그만하지, 뭘 그렇게 악을 쓰고 하려고 드나. 할만큼도 했으니까 그만하려면 그만하지. 다만 내년 전당대회까지는 임무를 다하고 그만하라는 판결이라도 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조금 우리 같은 사람이 이러저런 일을 해서 북핵위기 같은 것이 한고비가 넘어가는데 기여를 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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