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인간극장' 우리시대 효 다시 생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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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어머니는 아이가 되어버렸다. 삼형제를 홀몸으로 어렵게 키워온 어머니는 막내 아들 곁을 한시도 떠나려 하지 않는다. 치매에 걸린 뒤부터다. 일흔이 넘어 아이가 된 어머니를 위해 아들은 두부장수가 되기로 결심했다.

KBS2 다큐멘터리 미니시리즈 '인간극장' (월~금 밤 8시50분.사진)이 23일부터 5부작으로 방송할 '어머니와 아들' 은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극진히 돌보는 아들의 삶을 통해 우리시대 효를 다시 생각해본다.

트럭을 타고 광주광역시 일대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 골목을 돌며 두부를 파는 김영식(42)씨의 곁엔 언제나 어머니 한양강(72)씨가 있다.

장사하는 동안은 물론이고 친구들과의 모임이나 회식자리, 심지어 화장실을 갈 때도 어머니는 아들과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 어머니는 아들이 눈에 보여야 마음이 놓인다. 그것은 어쩌면 어머니가 이승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부려보는 어리광일지도 모른다.

아들 김씨의 삶도 고난의 연속이었다. 젊은 시절 10여년 고시 공부에 매달렸지만 낙방의 연속일 뿐이었다. 재기를 다짐하며 사업을 시작했던 그는 외환위기를 맞아 또다시 실패를 맛봐야 했다. 그즈음 어머니의 치매 증세가 나타나면서 그의 하루하루는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김씨는 자신이 두부장수가 되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어머니를 돌보면서 돈을 벌 수 있는 길을 찾다보니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몇 개 되지 않았다. 그렇게 어머니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은 지 3년째. 이젠 주위에서도 이들 모자의 삶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두부 공장 직원들이 야유회 가던 날. 아들 직장 동료들의 권유에 못이겨 어머니가 춤을 추자 아들의 눈에는 눈물이 고인다. 평생 하루도 마음 놓고 놀아보지 못했을 어머니의 일생이 어른거린다. 그리고 그 어머니를 업은 아들은 어머니의 몸이 너무나 가볍다는 사실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이 프로를 제작한 리스프로의 양차묵PD는 "어머니는 치매에 걸려서도 자식 걱정을 놓지 않고, 아들은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항상 웃는 모습을 보여준다" 며 "치매와 생활고라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에 많은 사람이 감동받을 것" 이라고 말했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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