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포위츠 국방부장관 "ABM 대체방안 모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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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국이 최근 미사일방어(MD)계획을 강행하면서 야기된 탄도탄요격미사일(ABM)제한협정 존폐문제에 매우 신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그동안 미국은 유럽을 포함한 러시아와 중국 등 국제사회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ABM 협정이 더 이상 쓸모가 없으니 이를 백지화하자' 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20일 개막된 제노바의 주요 8개국(G8.서방선진 7개국+러시아)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은 ABM을 깨겠다는 기존의 완강한 입장에서 물러나 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관련국들이 그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폴 울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은 19일 하원 군사위원회에 출석, 미사일방어체제에 관한 증언에서 "미 행정부는 ABM협정을 위반할 의사가 없다" 면서 "미국은 러시아와 새로운 안보체제의 틀을 마련하는 방안을 모색 중" 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의)미사일 개발배치 프로그램이 ABM협정과 상충되기 전에 러시아와 양해가 이뤄지길 희망한다" 면서 "제노바 G8회담에서 미.러 정상은 그같은 논의를 계속할 것" 이라고 덧붙였다.

울포위츠 부장관은 "우리가 추진하는 미사일 방어체제는 현재의 군비통제를 훼손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새로운 군비경쟁을 촉발하지도 않을 것" 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의 새 전략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날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유럽의 첫 순방국인 영국을 방문해 토니 블레어 총리와 ABM협정을 대체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이같은 노선변화는 그동안 전방위적으로 펼쳤던 MD설득 외교작업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해서이다.

특히 러.중의 강한 반대와 더불어 MD에 호의적이던 우방국 독일의 요슈카 피셔 외무장관까지 "더 나은 대안이 없다면 ABM 협정을 파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 경고하고 나서자 더 이상 강하게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통해 MD와 관련해선 중국과 공조하지 않고 미국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미국의 노선변화와 관련해 주목된다.

앞으로 ABM협정은 큰 틀에서 핵통제를 훼손하지 않고 관련국들의 이해가 다소 반영되는 방향으로 개정될 것으로 워싱턴의 외교소식통들은 점치고 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서울=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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