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제조업체 10곳중 3곳, 현금 수입으로 이자도 못갚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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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난해 전체 제조업체의 현금 흐름은 외환위기 전후에 비해선 나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제조업체 10곳 중 세곳은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수입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등 '한계기업' 은 더 늘어났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외부감사 대상 제조업체 3천8백여개를 대상으로 현금흐름을 분석해 2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영업수입으로 이자를 갚을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금융보상비율은 2백75.5%로 1999년(2백53.9%)보다 21.6%포인트 높아졌다. 전체적으로 보면 금융비용 지급 능력이 커졌다.

그러나 금융보상비율이 1백% 미만인 업체의 비중은 29.3%(1천1백15개)로 전년(24.2%)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금융비용 보상비율이 1백% 미만이라는 것은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수입으로 이자도 못갚는다는 뜻이다.

특히 이 중에는 현대.삼성.LG 등 4대그룹 계열사가 다섯개, 5~30대 그룹 계열사가 32개나 포함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적으로 금융보상비율이 높아졌는데도 이자 지급능력이 없는 기업의 비중이 커진 것은 기업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정호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벌어들인 현금으로 이자를 못갚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것에 맞춰 상시 퇴출에 따른 기업 구조조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면서 "기업의 수익성 개선 노력이 더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또 지난해 제조업체가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수입은 업체당 평균 1백4억8천만원으로 전년(1백15억4천만원)보다 9.3% 줄었다. 덩치가 가장 큰 삼성전자를 빼면 전년에 비해 11.7% 감소했다.

한은은 제조업체의 현금수입이 줄어든 것은 ▶당기순손실이 업체당 38억7천만원으로 전년(1억1천만원)보다 크게 늘었고▶매출이 생겨도 당장 현금이 들어오지 않는 외상매출과 재고자산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한편 제조업체들은 지난해 평균 1백21억3천만원의 현금을 조달해 유형자산 투자에 절반 이상을 쓰고 차입금 상환, 유가증권 투자에 각각 13% 정도를 사용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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