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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언론 세무조사 '선거용'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지방 언론사도 세무조사 한파를 맞게 됐다.

안정남(安正男)국세청장은 최근 "중앙 23개 언론사에 이어 지난 5년간 조사를 받지 않은 지방 언론사들도 연내에 세무조사를 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의 조사방침에 지방 언론사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부산.대구지역의 일간지 편집국 고위 관계자들은 "아무리 좋게 해석해도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정치적 배경이 있든 조세정의 차원이든 중앙 언론사에 비해 경영이 어려워 고사(枯死)직전에 있는 지방 언론사들에 대한 세무조사는 이해가 안된다는 것이다.

광주의 한 일간지 편집국장은 "세무조사는 받아야 한다고 본다" 며 "새로 생긴 신문사보다 역사가 더 오래된 신문사가 지적받을 것이 많지 않겠느냐" 고 반문했다. 그는 또 후발 신문사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이 세무조사 후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가지(無價紙)를 많이 배포하고 광고주 의견을 묻지 않은 채 광고를 내는 등 비합리적 부분들이 고쳐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방신문사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세무조사가 신문경영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말 현재 금융감독원이 공시한 13개 주요 지방신문사의 재무제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지난 10여년간 흑자를 낸 신문사는 부산일보 등 몇 곳에 불과하다. 또 지난해 말 현재 이들 신문의 부채 총액은 많게는 1천2백36억원, 적게는 36억원에 이른다.

방송사로는 지역 민영방송들이 세무조사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부산방송(PSB)보도국 고위 관계자는 "언론사라고 예외가 돼선 곤란하다" 며 "법대로 세무조사에 대비하고 있다" 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시기상 올 연말에 조사한다면 정부가 내년 선거를 의식해 세무조사를 하는 것으로 볼 것" 이라고 말했다.

부산방송과 함께 대구방송(TBC).광주방송(KBC)등 주요 민방들은 이번 세무조사로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이 더욱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방송 출범 후 몇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감가상각, 값비싼 방송장비의 IMF위기 때 환차손, 경기후퇴에 따른 광고시장의 축소 등으로 지금도 경영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지역민방의 경우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는 곳이 많아 세무조사의 대상은 사주보다 법인이 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세무조사 배경을 놓고 학계에선 시각이 엇갈려 있다. 한 언론학자는 "중앙언론사만 세무조사를 하면 정당성에 문제가 생겨 지방언론사도 조사에 나선 것으로 본다" 고 주장했다.

그는 또 내년 대선을 앞두고 특히 중앙언론사보다 문제가 많은 것으로 지적받아온 지방신문사들의 사주 탈세 등이 집중 조사대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세무조사 후 부산일보 등 2~3곳을 빼면 모두 문을 닫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세무조사를 한다고 지방언론사들의 경영이 투명해질지 의문" 이라며 "발행부수 등 독자와 관련된 경영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그는 "국세청이 적법절차를 밟아 세무조사를 할 경우 신문산업 시장의 투명성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정치적으로 악용하면 언론침해의 소지가 있다" 고 말했다.

그러나 유한호(柳漢虎.신문방송학)광주대 교수는 "지방의 군소신문사들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광고주를 위협해 광고를 게재하는 등 광고.판매 등에서 불공정거래를 해왔다" 며 세무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탈세가 적발돼도 지방신문사들이 적자를 낸 곳이 많아 세금추징이 어려운 만큼 문을 닫는 곳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지방 일간지의 고위관계자는 "지방신문 사주의 폐해는 특정 언론사에 국한된 것이며 광고 등을 둘러싼 학계의 비난은 지방신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 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국세청은 조사배경 등에 대한 반론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김기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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