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통신] 주문형 우표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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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엄마, 우표에 내 얼굴이 찍혔어!"

지난 16일 분당신도시 서현동 분당 우체국에서 국내 처음으로 '나만의 우표' 전시회가 열렸다. 1백70원짜리 일반우표 옆에 붙어 있는 생김새가 다양한 '사진 우표' 1백20여점이 우체국 게시판을 가득 메우고 있다. 야유회 모습이나 가족 사진을 새긴 것도 있고 한껏 멋을 부린 개인 사진도 눈길을 끈다.

지난 4월 전국 우체국에서 주문형 우표 제작을 시작한 이후 분당에서도 '나만의 우표 갖기' 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하루 신청만 30~40건. 벌써 2천명이 넘는 주민들이 이 우표를 만들었다.

분당 우체국 안정숙(安貞淑.41) 마케팅실장은 "이 행사는 인터넷에 밀려 사라져가는 편지문화를 되살리기 위한 것" 이라며 "누구라도 사진 한 장과 신청비 7천원을 내면 우표 한세트(일반 우표 20장+사진 우표 20장)를 가질 수 있다" 고 설명했다.

신청자들 중엔 외국에 거주하는 자녀들에게 편지를 자주 하는 노인들이 많다.

최순철(82.분당구 서현동)씨는 "캐나다와 호주에 살고 있는 아들.딸들이 편지 겉봉에 있는 아버지.어머니 사진 우표를 보면 더없이 반가워할 것 같아 신청했다" 고 말했다.

8백여명에 달하는 분당지역 우표 수집가들도 신청 대열에 합류했다. 새로운 우표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우체국을 찾는 이들은 "가장 값진 수집품" 이라며 너도나도 우표를 만들었다고 한다.

업무를 널리 알려야 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 우표를 홍보수단으로 활용해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서울 서초동에 사무실을 연 한병채(68.분당구 분당동)변호사는 의뢰인들에게 서류를 보낼 때 자신의 얼굴을 담은 우표를 붙이고 있다. 韓변호사는 "명함 10장 돌리는 것보다 특이한 우표 한장의 효과가 더 크다" 고 귀띔했다.

우체국보험 관리사인 손연옥(孫蓮玉.46)씨도 "보험 가입자에게서 가족사진 등을 받아 우표로 만들어 선물하고 있다" 며 "반응이 좋아 앞으로도 계속할 생각" 이라며 만족스러워 했다. 광고 효과가 크다는 소문이 나자 우표에 로고 등을 집어넣는 회사들도 생겨나고 있다. 이밖에 귀한 사진을 우표로 남기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강상원(姜相元.48.분당구 서현동)씨는 돌아가신 부모님이 50년 전에 찍은 흑백사진을 우표로 만들었으며 우정숙(禹貞淑.46.여.분당구 야탑동)씨는 학창시절 교정에서 어머니와 함께 찍은 빛바랜 사진을 맡기기도 했다. 아기 백일사진과 생일사진, 젊은 연인들의 커플사진 등도 우표 도안을 의뢰하는 단골 품목이다.

'나만의 우표' 는 전국 어느 우체국에서나 장수 제한 없이 신청할 수 있다. 신청할 때 내는 사진은 크기 제한이 없으며 최저 신청금액은 7천원이다. 신청한 지 보름이 지나면 우표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우표는 기념물이어서 이것만 붙여 편지를 보낼 수는 없다. 반드시 일반 우표와 함께 사용해야 한다. 일반우표는 '사랑' '감사' '축하' '생일' 등 이미지가 담긴 네 종류가 있으며 신청자가 용도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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