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붙어라" 민주당 그룹 만들기 활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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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당 의원들 간에 '그룹 만들기' 가 부쩍 활성화하고 있다.

최근 주목되는 모임은 '중도개혁포럼' (가칭)이다. 8월 중 발족을 목표로 해 정균환(鄭均桓)특보단장을 중심으로 박광태(朴光泰).유용태(劉容泰).김민석(金民錫).김덕배(金德培)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중 鄭단장과 朴의원은 한광옥(韓光玉) 청와대 비설실장과 가까운 사이다. 그러나 鄭단장은 18일 "정치적 색깔은 없고 당의 분열을 막기 위한 접착제 역할을 하려는 것" 이라고 모임 취지를 밝혔다.

鄭단장은 "지금과 같은 식으로 가면 당은 과거 신한국당 꼴이 날 것" 이라고 덧붙였다. 1997년 당시 신한국당은 현 한나라당 총재인 이회창(李會昌)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당내 상당수 세력이 이탈했고, 이는 대선 패배로 이어졌다. 鄭단장의 '접착제' 론은 이런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 모임은 범동교동계가 주축이 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5월 당내 정풍(整風)파동을 주도한 '바른정치모임' 의 향후 움직임도 주목된다. 최근 신기남(辛基南).천정배(千正培).추미애(秋美愛).송영길(宋永吉).임종석(任鍾晳)의원 등 소속 의원들은 중국을 함께 여행하며 의견을 정리했다고 한다.

이들은 17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정리평가회도 가졌다. 任의원은 "좀더 자주 만나 당이 나아갈 길을 고민하자는 데 뜻을 함께 했다" 고 말했다. 이들 대부분은 정동영(鄭東泳)최고위원과 가까운 사이다.

지난 6월 11일 발족한 '대안과 실천' 은 386 의원과 원외 위원장들이 주축이라는 특징이 있다. 신계륜(申溪輪)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계보를 주장하는 초선의원들도 집단화할 가능성이 있다. '지속적 개혁' 을 강조하는 이재정(李在禎).정범구(鄭範九).김성호(金成鎬).박인상(朴仁相)의원 등이 그들이다.

이들 의원모임이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하반기부터 여권이 본격적인 대선후보 선정 논의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그룹차원의 대응을 통해 차기후보 선정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도가 감지된다" 고 말했다.

민주당 내의 예비주자들이 "연말이면 대세가 결정된다" 는 판단에 따라 7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순간부터 본격적인 의원접촉을 시작하려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인제(李仁濟)최고위원.노무현(盧武鉉)고문측은 이같은 움직임에 환영의사를 밝히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의원모임이 세력화할 수 있을지는 아직 지켜볼 일이다. 한 의원이 여러 모임에 겹치기 출석하는 경우가 있고, 결속력이 강하지 않다는 평가가 있기 때문이다. 당내 최대세력인 동교동계가 본격적으로 움직일 경우 기존 모임들이 유지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김종혁 기자

사진=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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