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기업수지 나빠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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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올들어 기업수지가 나빠졌고 향후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경제연구소(http://www.seri.org)는 18일 발표한 '나빠지는 기업수지와 향후 대응' 이라는 보고서에서 "1998년 간신히 회복되던 기업 경영상태가 지난해 말부터 나빠지기 시작했으며 대내외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2분기에 크게 개선될 여지도 없어 보인다" 고 분석했다.

지난 1분기 4백82개 상장 기업의 매출액 성장률은 6.3%로 2000년 1분기보다는 좋아졌지만 지난해 말 성장률인 18.1%에 비하면 크게 떨어졌고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 역시 2000년 1분기 7.6%에서 올 1분기 2.5%로 줄어들었다.

이에 반해 지난해 1분기 1백47%였던 부채비율은 올해 1분기 1백57%로 늘어나 경영환경을 나타내주는 3대 경영지표가 모두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같은 경영악화의 요인으로 ▶국내기업들의 고비용.저효율 구조 개선 미비 ▶미국 경기 침체 ▶반도체 가격 급락 ▶주가하락 등을 꼽았다.

보고서는 또 증시 침체로 부채비율이 다시 상승했다는 점, 금리하락에도 불구하고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돼 회사채 잔고가 급감했다는 점, 기업의 단기 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유동비율이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특히 위험한 것으로 분석했다.

더욱 어려운 것은 "향후 기업들의 영업활동이 위축되고 악화될 전망" 이라는 점이다. 기업들의 체력이 약화돼 어려운 환경을 자력으로 이겨나가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또 국제금융 여건이 악화되고 있어 대형 부실기업의 처리가 계속 지연될 경우 경제불안이 야기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외화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1997년 외환위기 때와 같은 충격적인 사건은 벌어지지 않겠지만 구조조정 미비로 부실.적자 기업이 계속 남아 있을 경우 금융시장이 경색돼 생존 경계선에 있는 기업들이 연쇄적으로 도산할 수 있다고 봤다.

이재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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