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취재] 인천공항, 항공기 포착 제대로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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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단 한 건도 발생해선 안된다. "

인천국제공항에서 '신항공 교통관제 시스템' 사업의 마무리 작업에 들어간 건설교통부의 한 관계자는 "레이더 시스템의 이상 발생 허용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 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 "PSR 자료가 나타나지 않으면 치명적"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대한민국 상공을 포함해 주변 40만㎢를 '대구 비행정보구역(대구FIR)' 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 구역을 비행하는 항공기에 대한 항공교통업무는 대구관제소에서 맡고 있다.

인천공항의 새 항공 관제시스템은 이 권역의 항공 교통업무를 대구관제소에서 넘겨받게 된다. 이를 위해 8월 1일부터 3개월 동안 대구관제소와 동시 운영 기간을 거칠 예정이다. 그런 인천공항의 새 교통관제시스템이 설치 완료 단계에서 이상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레이더 화면상의 항적은, 지상에서 공중에 쏘아올린 전파가 표적 항공기에 부딪쳐 되돌아 오는 '1차 감시 레이더(PSR.primary surveillance radar)' 와 비행 중인 항공기에서 나오는 응답신호가 만들어 내는 '2차 감시 레이더(SSR.secondary surveillance radar)' 의 자료가 합해져 나타난다.

이와 관련해 사업 참여자들이 작성한 '레이더 자료 처리 개선대책' 에 나타난 이상현상은 네가지다.

▶SSR 자료만 탐지

▶동일 항공기에 대해 분리된 SSR와 PSR 자료 탐지

▶여러 레이더 사이트에 다수의 센서항적 탐지

▶외부 인자로 인한 허상 발생 등이다. 대책회의에는 건교부 항공 교통관제소와 주사업자인 삼성SDS, 기술 제공을 한 협력회사인 록히드 마틴사측 인사 등 1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대 양한모 교수는 "레이더 화면에 SSR 자료만 탐지되고 PSR 자료가 나타나지 않는 현상은 엄밀한 원인규명이 필요한 것으로, 항공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치명적인 사안" 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5월 이상현상이 처음 발생했을 때 시험 운영에 참여했던 대구관제소의 관제요원들과 삼성SDS측은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으며, 관제요원들이 "록히드 마틴사측이 미온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면서 항의표시로 대거 현장에서 철수하는 일도 벌어졌다고 한다. 이후 록히드 마틴사측은 본사 기술진을 추가로 파견했다.

◇ "개선되지 않으면 원점에서 재검토" =지난 7일의 점검에서는 2백여개 표적 중 두곳에서 이상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지난달 20일에 있었던 정부.삼성SDS.록히드 마틴사의 3자 대책회의에선 이상현상의 원인이 인천공항의 신형 레이더 자료처리 시스템과 최초의 항적 자료(raw data)를 공급하는 전국 8곳의 구형 레이더 시스템 사이의 부적응에 있다고 잠정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사업팀은 정부 관련 부서에 8곳 레이더의 개선작업을 요청했으나 당국은 "예산문제 등으로 8~12년이 걸린다" 고 답변했다.

결국 차선책으로 기술제공사인 록히드 마틴사측에서 시스템 개선 프로그램을 공급하기로 했다. 록히드 마틴사측은 "개선 프로그램을 도입하면 기술적으로 PSR와 SSR 자료를 결합할 수 있다" 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번주 말 미국 본사에서 들여오겠다는 록히드 마틴사측의 개선 프로그램이 이 문제를 말끔하게 해소할 것인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 이윤수 의원은 "록히드 마틴사측이 운영 노하우라는 이유로 정확한 원인을 밝히길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 고 전했다.

건교부측은 일단 "7월 말까지 개선상황을 지켜보고 오는 31일 최종 결정을 하겠다" 며 "개선이 안되면 현 시스템 도입 포기를 포함해 모든 대책이 검토될 것" 이라고 말했다.

전영기.최상연.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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