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은 국가경제 도우미" 필립모리스사 망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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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세계 최대 담배회사 필립 모리스가 흡연이 국가경제에 보탬이 된다는 주장을 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 등 미 언론들에 따르면 필립 모리스는 최근 컨설팅업체 '아서 디 리틀' 에 의뢰해 체코의 국가적 흡연비용에 대한 보고서를 만들었다.

이 보고서는 체코 정부가 1999년에 흡연으로 1억7천1백만~1억7천7백만달러(약 2천2백20억~2천3백억원)의 재정적 도움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병에 걸려 일찍 사망한 흡연자들 때문에 의료.생활.거주 등에 드는 복지 비용 중 2천4백만~3천만달러를 줄일 수 있었으며, 직.간접 흡연으로 납세자들이 사망해 세원(稅源)이 줄어든 부분을 감안해도 담배에 부과하는 각종 세금으로 1억4천7백만달러의 징세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보고서가 나오자 흡연반대 단체들은 "세금만 많이 내면 사람이 죽어도 좋다는 거냐. 설사 이 분석이 맞다고 해도 모든 가치를 경제적 효용성에 맞추는 것은 말도 안된다" 며 비난을 퍼부었다.

이에 대해 필립 모리스는 "보고서는 흡연에 대한 가치판단을 배제한 단순한 경제적 분석일 따름" 이라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흡연자들이 조기에 사망해 얼핏 복지 비용을 줄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흡연자들이 암 등의 비용이 많이 들고 장기간의 치료를 필요로 하는 병에 잘 걸리는 경향이 있어 사회적 비용면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흡연자들이 담배를 끊어서 생겨난 여윳돈이 어디에 쓰이는지에 따라 재정수입 규모가 변하게 된다는 점도 정확한 분석의 장애물로 거론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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