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팔레스타인 정상회담 결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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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남아시아의 양대 핵강국이 2년 만에 어렵게 만났지만 예상대로 카슈미르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인도 총리와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지난 15일부터 타지마할 사원이 있는 인도의 아그라에서 네차례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양국 정상은 이틀동안 이견차를 좁히기 위해 노력했지만 공동선언은 발표하지 못했다.

인도는 1, 2차 회담에서 ▶양측이 보유한 핵에 대한 신뢰회복 조치를 마련하고▶54명의 인도 전쟁포로를 송환하라며 파키스탄측의 양보와 성의를 촉구했다.

반면 파키스탄은 3차, 4차 회담에서 카슈미르 문제를 집중 거론해가며 인도를 압박했다.

파키스탄의 무샤라프 대통령은 이슬람교도가 주민의 60%를 차지하는 인도 관할 카슈미르 지역(전체 카슈미르 면적의 3분의2)의 장래문제에 대해 인도가 주민의 자치요구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그러나 바지파이 총리는 "국경 부근에서 파키스탄의 지원을 받는 이슬람 민병대의 테러행위 중단에 대한 파키스탄측의 조치가 미흡하며 카슈미르의 자치는 허용할 수 없다" 는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이 때문에 파키스탄은 회담 결렬 후 "상대가 회담에 진지하게 응하지 않았다" 고 인도측을 비난했다.

하지만 적대관계에 있던 양국이 정상회담을 가졌으며 정상회담 정례화와 매년 두차례 외무장관 회담 개최 등에 합의한 것은 이번 회담의 성과로 평가된다.

또 무샤라프의 답방 요청을 바지파이가 흔쾌히 수락해 평화를 위한 대화는 계속될 전망이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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