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솔이 이자람 '가요플러스' 진행 맡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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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예솔아, 할아버지께서 부르셔, 네 하고 대답하면, 너 말고 네 아범…' 이라는 내용의 앙증맞은 노래를 기억하시는지. 1984년 만 네살 때 이 노래를 불러 선풍적 인기를 모았던 '예솔이' 이자람(22.사진)씨가 방송 진행자로 변신한다.

오는 30일부터 KBS위성 2에서 매일 오후 2시 방영하는 '가요 플러스' 의 월요일 진행을 맡은 것이다. 음악을 전공한 다른 두 명의 또래와 함께 진행하기 때문에 소제목이 '미녀 삼총사' 다. 가요와 팝송을 중심으로 다양한 뮤직 비디오를 소개하는 프로다.

예솔이로 기억되지만 그녀는 서울대 국악과 4학년에 다니는 촉망받는 국악인이다. 9세 때 동편제의 한 유파인 '동초제' 소리꾼의 길로 들어섰으니 벌써 13년이 흐른 셈이다. 그녀의 부모인 이규대.조연구씨도 70년대 '바블껌' 이라는 이름의 듀엣으로 활동한 가수 출신.

"국악인이 대중음악 프로에 나와도 되느냐" 는 질문을 슬쩍 던졌더니 "내 꿈은 음악 전도사가 되는 것" 이라는 돌발적 대답이 튀어나온다. "음악 생활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어요. 그냥 친구를 만난다는 편안한 생각이에요. 내가 국악을 소홀히 하지 않는 한 아무 문제 없다고 믿고 있어요. "

16일 만난 李씨는 사실 머릿속으로 떠올렸던 모습은 아니었다. 99년 최연소로 '춘향가' 를 8시간 동안 완창, 기네스북에도 오른 그녀다. 당연히 한복을 입은 단아한 모습이 연상된다. 그러나 李씨는 쇼트커트 머리에 부분 염색을 하고, 헐렁한 운동화를 구겨 신은 수수한 소녀였다.

특히 빨간 안경이 돋보였다. 물어보니 도수가 없다고 한다. "가끔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는 게 귀찮아서" 라고 설명한다. 또 그녀는 교내 밴드에서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다고 했다. 이런 그녀지만 미래의 계획을 말하는 동안만은 허리를 꼿꼿이 세운다.

"대학원에 진학해 미학도 공부했으면 좋겠어요" 라는 李씨는 특히 우리나라에 국악사학과를 처음으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래저래 당찬 젊은이다.

글=이상복.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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