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線 없는 세상' 만들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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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광주 농수산물 시장에선 지난 2월 이후 손가락을 이용하는 수지식 경매를 찾아볼 수 없다. 대신 개인별로 지급되는 개인휴대단말기(PDA)에 가격을 입력한다.

낙찰 결과는 시장 안에 있는 대형 스크린과 경매인들의 PDA에 동시에 나타난다.

시장 안 어디서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이 첨단 경매시스템이 가능해진 것은 무선 랜 덕이다.

기업체 사무실.병원, 심지어 농수산물 시장에서도 선(線)이 사라지고 있다. 복잡하게 얽힌 선 대신 사무실 안 어디서든 자유롭게 움직이며 초고속 인터넷을 쓸 수 있는 무선 랜 시스템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위성방송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한국디지털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은 지난 6월 말 사무실을 종로 제일은행 건물로 옮기며 무선 랜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회사 홍정기 과장은 "노트북을 들고 자유롭게 옮겨 다니며 초고속 인터넷을 쓸 수 있어 업무 효율이 높아졌다. 선이 없어져 인테리어 면에서도 훨씬 깔끔하다" 고 말했다.

무선랜은 그동안 데이터 전송속도가 2Mbps에 불과해 인기를 끌지 못했으나, 최근 속도가 다섯배 이상 빨라진 11Mbps짜리 제품이 나오며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보험설계사들이 아침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몰려 유선 랜 케이블 확보전이 벌어졌던 삼성생명도 최근 무선 랜 시스템을 도입했다.

길병원은 간호사와 의사들의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무선 랜을 설치했다.

자리를 옮겨다니면서도 왕진기록 등을 쉽게 정리할 수 있어 편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학들도 잇따라 무선 랜을 도입하고 있다. 한양대와 숙명여대가 무선 랜을 도입한 이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동국대.고려대.국민대.부산동명정보통신대학.한림대.계원조형예술대 등이 잇따라 무선 랜 시스템을 설치했다.

이에 따라 업체들의 신규 참여도 늘고 있다. 그동안 어바이어.한국쓰리콤.엔터라시스(구 케이블트론)등 외국 업체들에 맞서 국내 업체로는 삼성전기가 유일하게 제품을 판매해 왔으나, 최근 쌍용정보통신.LG-EDS시스템.삼보정보통신.효성데이터시스템 등이 수입품 또는 자체 개발한 상품을 내놓았다.

아크로웨이브.와이드링크.알에프티엔씨 등 국내 벤처기업들도 11Mbps급 제품 개발을 완료,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조만간 무선 랜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업계는 지난해 2백억원이었던 무선 랜 시장이 올해는 1천억원대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기업과 학교.병원 등을 대상으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쓰리콤은 소비자들이 무선 랜을 실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3주일 동안 제품을 무료로 빌려주는 '트라이&바이' 프로그램을 홈페이지에서 진행 중이다. 또 하이텔과의 업무제휴를 통해 하이텔 ADSL서비스와 쓰리콤 무선 랜을 함께 파는 패키지 판매도 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루슨트테크놀로지스에서 분사한 어바이어는 아셈빌딩과 현대백화점.현대정공 등에 무선 랜을 설치하고,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편 정보통신부는 현재의 무선 랜(2.4㎓대역)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2배(22Mbps)~5배(54Mbps) 빠른 5㎓대역의 차세대 무선 랜 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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