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첫 배드뱅크 설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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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조흥은행이 다음달 국내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배드뱅크' 를 선보인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16일 "8월 중으로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자회사 형태의 유동화전문회사(SPC)와 자산관리회사(AMC)를 만들 예정" 이라며 "지난 10일 관련 회사의 설립 등기를 마쳤다" 고 밝혔다.

배드뱅크의 이름은 페이퍼컴퍼니 SPC는 'CHB밸류미트2001-1 자산유동화전문유한회사' 로, 이를 위탁관리하는 AMC는 'C&V자산관리㈜' 로 잠정 결정됐다.

SPC는 조흥은행과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인 밸류미트인베스트먼트가 50%씩, AMC는 조흥은행이 49%, 밸류미트가 51%를 출자한다. 자본금은 각각 1천만원과 10억원이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위원회는 최근 조흥은행의 배드뱅크 설립 요청을 승인했다. 일부 금감위원들이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에서 자회사를 새로 만드는 것은 좋지 않다" 고 반대하는 등 논란이 있었으나 효율적인 부실채권 정리 차원에서 승인이 됐다.

조흥은행은 1998년 경영개선 권고를 받은 뒤 조흥증권 등 11개 자회사를 청산했거나 지분을 팔아 현재는 조흥투자신탁운용 등 6개 자회사만 남아 있다.

금감위 관계자는 "경영개선이 요구되는 은행이라 하더라도 이번 자회사는 부실채권 정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배드뱅크이므로 신규 설립을 제한할 필요가 없고, 이 배드뱅크를 포함해 조흥은행의 총 출자액은 자기자본의 6.27%에 불과하다" 며 "향후 발생되는 부실채권은 모두 배드뱅크를 통해 정리될 것" 이라고 말했다.

은행법은 은행의 출자한도를 자기자본의 15%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조흥은행의 자기자본은 3조2천1백9억원이며, 총출자액은 배드뱅크를 포함해 2천14억원이다.

◇ 배드뱅크란=은행의 부실채권만을 떼어내 별도로 관리하며 시장에 매각하는 구조조정용 회사를 말한다. 기존 금융기관으로선 부실채권을 배드뱅크로 넘김으로써 자산규모는 줄어들지만 클린뱅크(clean bank)로 탈바꿈해 신용등급이 올라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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