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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명예회장 부인 추락사 파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동아일보 김병관 명예회장의 부인 安경희씨 추락사 사건이 언론사 탈세혐의 고발사건과 맞물려 미묘한 파장을 던지고 있다.

국세청 고발에 의한 검찰의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발생한 사건인데다 이와 관련해 安씨가 몹시 괴로워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 사인=경찰은 사고상황과 가족들의 진술 등을 종합해 자살로 잠정결론을 내렸다. 사망 당시 함께 있었던 安씨 언니와 조카 등은 사고상황을 목격하지 못했으며, 安씨가 남긴 메모도 없었다.

그러나 가족들은 安씨가 평소 우울증 증세를 보였고 언론사 세무조사가 시작되면서 더욱 악화된 점 등을 들어 자살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검찰은 국세청의 고발에 따라 金명예회장의 증여세 탈루 등 혐의에 대해 명의신탁 및 차명계좌에 이름을 빌려준 주변인물과 일민문화재단.동아일보 관계자 등 20여명을 소환 조사해왔다.

◇ 빈소=빈소가 차려진 서울 성북동 고려대 안암병원 영안실 301호에는 숙연한 분위기 속에 온종일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15일 오전 10시쯤엔 한광옥(韓光玉)청와대 비서실장과 박지원(朴智元)정책기획수석이 빈소를 찾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조의를 전했다. 金대통령은 "충격을 받았다" 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韓실장 등은 조문을 마친 뒤 상주인 동아일보 김재호(金載昊)전무, 동아일보 오명(吳明)회장 등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으나 金전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눈물만 흘렸다는 것.

이어 김종필(金鍾泌)자민련 명예총재를 비롯해 민주당 김중권(金重權)대표, 박상규(朴尙奎)사무총장,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부총재, 김만제(金滿堤)정책위의장, 손학규(孫鶴圭)의원 등 여야 정치인 등도 조문했다.

김종필 총재는 "허무하다. 남은 분이라도 잘 돼야 할텐데…" 라고 金명예회장을 위로했다고 관계자가 전했다.

金명예회장은 민주당 金대표에게 "나라가 잘 되어야 할텐데,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 달라" 고 말했으며, 전용학(田溶鶴)민주당 대변인에게도 "나라가 갈기갈기 찢어진 것처럼 하지 말고 부드럽게 해달라" 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金명예회장의 사돈인 이한동(李漢東)국무총리는 14일에 이어 15일에도 빈소를 찾았다.

동아일보사는 뜻밖의 '악상(惡喪)' 을 감안한 듯 빈소 주변엔 사돈인 李총리와 이건희(李健熙)삼성회장, 그리고 고려중앙학원 조화만 배치했으며 金대통령과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 총재의 화환은 진열하지 않았다.

성호준.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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