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가로등 누전 15명 길거리 감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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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수도권에 집중됐던 주말 집중호우로 목숨을 잃은 피해 사례중 가로등의 누전으로 인한 감전사(感電死)가 유난히 많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15일 밤 중앙재해대책본부가 집계한 사망.실종자 50여명 중 최소한 15명이 감전으로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대부분은 누전이 된 가로등 주변의 물이 찬 도로를 지나다 변을 당한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전기안전공사측은 "기초 현장조사 결과 사고가 난 가로등 중 누전차단기가 설치되지 않은 경우가 상당수 포함됐다" 고 밝혔다.

공사측은 특히 전국 4만여개의 가로등 중 26~27%가 누전차단기 미설치 등으로 부적합한 상태여서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잇따른 참변=15일 오전 6시쯤 서울 서초4동 진흥아파트 앞 도로에서 洪모(20.서울 서초구 반포동)씨 등 세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목격자 崔모(20)씨는 "洪씨가 1m20㎝ 정도 침수된 길을 걸어가다 '전기, 전기…' 라고 소리치며 쓰러졌다" 고 말했다.

오전 5시쯤엔 서울 관악구 신림8동 구로역 부근에서 이 동네 鄭모(26)씨 등 두명이 숨졌다. 鄭씨와 함께 이곳을 지나다 부상을 입은 여동생(24.부상)은 "무릎 정도의 물길을 걷던 중 갑자기 '번쩍' 하는 충격을 받고 의식을 잃었다" 고 말했다. 서울 금천구 가리봉역 부근에서도 50대 남자 등 세명이 비슷한 상황에서 변을 당했다.

이에 앞서 오전 1시30분쯤에는 인천시 계양구 작전2동 대경빌라 앞길에서 이 동네 朴모(27)씨와 회사 동료 金모(23.여.부평구 부개동)씨가 감전돼 숨졌다.

승용차로 이들을 태워줬던 회사 동료 白모(29)씨는 "이들이 차에서 내려 물에 잠긴 가로등 아래 인도를 걸어가다 '(발밑에)전기가 통한다' 며 급히 돌아서 가로등을 붙잡는 순간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고 말했다.

◇ "가로등 멀리해야" =한국전기안전공사 관계자는 "잇따른 감전사들이 가로등에서 대거 누전이 발생하면서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누전차단기가 설치되면 침수때 누전이 발생해도 전원이 바로 끊겨 감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며 "그러나 누전차단기가 제대로 작동할 경우 전등이 꺼지는 일이 잦아 자치단체들이 차단기를 설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실정" 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시민들이 침수된 지역의 가로등에 가까이 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엄태민.강주안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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