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북위협 강조…MD예산 타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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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폴 울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은 12일 미 상원 군사위의 미사일방어(MD)계획 관련 2002회계연도 국방예산 심의회에 출석해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할 경우 북한의 미사일이 가장 큰 위협이 될 것" 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 한국 등에 주둔 중인 미군 병력과 미군이 지켜야 할 민간인들은 화학 탄두와 재래식 탄두를 탑재한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한 방어 수단을 전혀 지니고 있지 않다" 며 "방어 수단이 없을 경우 북한의 한차례 공격에 수만 또는 수십만의 사상자가 발생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하면 많은 미군 공군기지들이 완전히 무용지물이 되고 많은 함정들이 (북한의) 미사일 공격으로 격침될 가능성이 있다" 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미군 방어력의 결정적인 결함" 이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공중 발사 레이저 무기 개발과 배치가 필요하며 해.공군의 작전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관련 예산의 증액을 촉구했다.

울포위츠 부장관은 특히 "공중 발사 레이저 무기는 장거리 미사일뿐 아니라 단거리 미사일도 격추시킬 수 있다" 며 "이같은 무기는 한반도에도 효과가 있다" 고 말해 레이저 무기 기술이 개발된 후에는 한반도에 레이저 무기가 배치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날 회의는 MD 연구용으로 책정된 83억달러의 예산을 심의하기 위해 열렸으며 미국은 14일 밤에서 15일 새벽 사이 MD체제 구축을 위한 요격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할 예정이다.

따라서 울포위츠의 발언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강조함으로써 MD 개발용 예산을 따내겠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미 국방부의 고위 인사가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따른 예상 피해 규모와 미군이 이에 대응할 능력이 없다고 말한 것은 이례적이다.

울포위츠의 이같은 북한 위협론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미 상원 군사위원장인 민주당의 칼 레빈 의원은 "북한 체제의 제1목표는 생존" 이라고 지적하고 "북한이 우리에게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이는 그들의 즉각적인 파멸을 이끌 뿐 아니라 그들의 제1목표인 생존과 정면 배치하는 것" 이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북한은 아직 그들이 보유한 미사일을 사용한 적이 없다" 고 강조했다.

한편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같은 날 워싱턴의 외신기자클럽 초청 오찬 연설회에서 "우리는 북한과 대화할 태세가 돼 있다" 며 "이제 공은 북한 코트로 넘어간 상태" 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핵.미사일과 함께 재래식 군사력 문제를 북.미 협상의 필수 의제로 삼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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