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일교과서 대책 '2개 카드'…약효 미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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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부가 12일 일본 역사왜곡 교과서 재수정 관철과 관련,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열고 마련한 대응방법은 크게 '국제무대를 통한 대일(對日)압박 강화' 와 '한.일 양국 차원의 개방.교류 중단' 으로 나뉜다.

◇ "도덕성을 건드려라" =정부는 국제회의에서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대응방법이라고 보고 있다.

일본은 경제대국에 걸맞은 정치적 영향력 확대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과거사 왜곡을 근거로 한 도덕성 비난이야말로 일본 정부에는 '치명타' 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가 이달 말 '유엔인권소위원회' 에서 군대 위안부 문제를 끄집어내 역사교과서의 왜곡과 기술(記述)누락을 문제삼고, 다음달 '세계인종차별철폐회의' 에서 채택될 선언문 등에 '식민시대 등 과거사에 대한 올바른 교육 필요성' 이란 문구의 삽입을 적극 추진키로 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또한 정부가 인권 및 역사 관련 각종 회의에 대표단을 파견해 집중적으로 이 문제를 거론하고, 수석대표의 급을 '격상(格上)' 하기로 한 것도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겠다는 측면에서 비롯됐다.

이와 함께 마쓰무라 고이치로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일본 역사교과서 재수정을 위한 중재 요청을 검토키로 한 것도 일단 국제압박 수단으로는 유용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 거부할 게 명확하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압박효과 외에는 큰 기대를 걸고 있지 않다.

특히 정부는 그동안 유보적 입장을 보였던 북한.중국과의 연대도 앞으로는 적극 모색키로 내부 방침을 세웠다.

◇ "효과를 높여라" =정부는 일본에 대한 압박강도를 최대한 높이되, 경협과 관광 등 경제 분야에선 우리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명분 때문에 경제적 실리를 잃을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조영길 합참의장의 방일을 취소하고, 하반기 일본 방위청장관의 방한 등을 추진하지 않기로 한 것은 이같은 관점에서 가장 적합해 우선적으로 채택됐다.

역사 왜곡교과서 문제로 한.일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군 당국 및 군사교류 프로그램을 지속하는 것은 국민 감정에 역행하는데다 일본 정부에 재수정 관철을 위한 우리의 의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측면도 고려됐다.

제4차 대일 문화개방 일정을 무기 연기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추가 대일 문화개방의 경우 우리의 경제적 피해가 전혀 없다는 면에서는 효과적이나 일본의 요청없이 우리가 결정한 사안이어서 일본이 어느 정도 아파할지는 미지수다.

이철희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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