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 주택은행장 '교황선출식'으로 선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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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국민.주택은행의 통합 은행장을 뽑는 작업이 시작됐다. 선정 원칙은 행장 추천위원회 6명 중 4명의 찬성을 얻는 후보가 나타날 때까지 '교황 선출 방식' 으로 논의하는 것이다. 통합 은행장 후보는 두 은행의 현직 행장과 외부인사 5명 등 모두 7명이다.

두 은행의 사외이사 및 대주주 대표 4명과 합병추진위원회의 김병주 위원장, 최범수 사무국장 등 6명으로 구성된 합병은행장 추천위원회는 12일 첫 모임을 갖고 행장 선정 원칙을 밝혔다. 추천위는 다음주부터 후보 면담을 시작할 계획이다.

金위원장은 위원 전체가 외부와 차단된 곳에 모여 4표를 얻는 후보가 나올 때까지 난상토론을 계속하는 교황 선출 방식을 도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金위원장은 또 선정 과정에서 정부의 입김을 최대한 배제하겠다고 강조했다. 합병은행장이 정부의 압력을 이겨내기 위해선 정부의 신세를 지지 않아야 한다는 논리다.

행장추천위원 중 두 은행 대표들이 맞설 경우 金위원장과 崔국장이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된 셈이다. 금융계에선 대주주인 골드먼 삭스(국민)와 ING(주택)의 대표 사이에 막후 협의가 이뤄지도록 金위원장과 崔국장이 일정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하고 있다.

이날 행장 후보군에 두 은행장 외에 5명의 기업.금융계 인사를 포함시킨 것은 예상 밖의 일이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지난 9일 두 은행장 중에서 합병은행장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5명의 외부 후보는 구색을 갖추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유력하다. 추천위 관계자는 "정부가 두 행장 중에서 합병은행장이 나올 것이라고 말하는 바람에 외부 후보들이 면담에 응할지 걱정" 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민은행은 "규모가 큰 은행에서 합병은행장을 맡아야 한다" 고 주장하고, 주택은행은 "시장에서의 평가가 좋은 김정태 행장이 적격" 이라고 맞서고 있다.

金위원장은 합병은행의 지배구조에 대해서도 李금감위원장과 다른 견해를 나타냈다. 李위원장은 두 은행장이 합병은행장과 이사회 의장을 나눠 맡아 공동경영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金위원장은 통합은행장을 선정한 뒤 그를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철근.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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