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러시아 민항기 10대 구입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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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중국이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위한 '공들이기' 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중국은 실질적인 조치로 오는 15일부터 시작되는 장쩌민(江澤民) 국가 주석의 러시아 공식 방문 기간에 러시아의 항공기 제조회사인 아비아스타르로부터 투폴레프(TU)-204 여객기 10대 등 민간 항공기 구매 계약에 가조인할 예정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같은 사실을 러시아와 중국측의 항공 당국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11일 보도했다.

대당 가격이 2천5백만달러(약 3백25억원)인 TU-204는 미국 보잉사의 B-757의 경쟁 기종으로 중국측은 이 기종의 여객기와 화물기를 구입할 계획이다.

이번 사건은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세계 최대의 항공기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이 10여년 만에 구매선을 구미에서 다시 러시아로 'U턴'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최종 계약이 체결될 경우 보잉과 에어버스사의 충격은 상당할 전망이다.

특히 지난달 말께 30대의 보잉-737 기종을 주문 계약할 것으로 기대했던 미국 보잉사의 충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지난 4월 미국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의 공중충돌 사고 후 미국에 대한 불만을 품어온 중국 지도부의 의중이 보잉과의 계약을 제쳐놓고 러시아와 민간 항공기 도입 계약을 추진하게 된 배경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의 미국에 대한 소극적인 불만표시 못지 않게 러시아산 항공기 구매계약 추진에는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라는 더욱 적극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본다.

미국이 러시아를 끌어들여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움직임에 제동을 걸기 위해 이번 조치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지 W 부시의 미국 신 행정부는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 로 규정하고 상호 군사교류를 제한하는 등 중국에 대한 강경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들어 미사일방어(MD)구축 계획에 러시아의 부분적인 지지를 끌어내고 있다. 러시아도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 폐기에는 발끈하면서도 MD구축 문제는 고려할 수 있다는 탄력적 입장을 피력해왔다.

중국으로서는 이같은 상황을 방치할 경우 자칫 미.러를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최악의 고립무원(孤立無援)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게 됐다는 것이다.

江주석의 모스크바 방문 기간에 이뤄지는 '중.러 우호협력 신조약' 체결도 중.러 동맹강화의 큰 틀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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