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 탈출…돗자리 들고 공원으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잠 못이루는 열대야 - . 부채를 부쳐보고 선풍기도 틀어보지만 살갗에 달라붙은 습하고 더운 공기를 떨쳐버리기는 어렵다. 큰맘 먹고 에어컨을 살까 생각도 해보지만 그래도 자연의 바람만한 것이 어디 있으랴.

서울 도심에서 녹음을 즐기며 시원한 바람을 맞을 수 있는 공원으로 부담없이 나들이를 해보자. 남산공원이나 여의도공원, 한강둔치처럼 크지는 않지만 가벼운 차림으로 가볼 만한 중소 규모 공원을 살펴본다.

◇ 영등포 공원=1997년 OB맥주 공장이 경기도 이천으로 옮겨 가면서 공원이 조성됐다. 도심 공원으론 꽤 큰 규모인 1만8천여평이며 이중 녹지대가 1만2천평이다. 공원 한 귀퉁이에 맥주 제조에 이용됐다는 대형 솥이 놓여 있어 서울 토박이라면 추억을 더듬어 볼 수 있다.

이 공원의 최고 명소는 원형광장 옆에 설치된 너비 3m, 길이 40m 짜리 건강지압 보도.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이인순(50)씨는 "자갈 위를 30분 정도 걸으면 피로가 확 풀리는 것 같다" 고 말했다. 영등포구 문예회관이 공원 내에 있어 무료 공연을 감상하고 산책을 할 수도 있다. 산책로를 한바퀴 도는데는 10분 정도 걸린다. 영등포역 바로 뒤 영등포여중 맞은편에 있다.

◇ 천호동 공원=가장자리에 돌을 괴어 운치를 살린 연못과 돌다리, 정자가 인기있는 곳이다. 공원관리사무소 옆에는 대형 느티나무 등 10여그루의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노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자연학습장에는 구절초.원추리.초롱꽃 등 도시 아이들이 구경하기 힘든 각종 야생초가 심어져 있다. 야생초에 대한 안내판도 설치돼 있다.

총규모는 8천여평이고 과거에는 파이롯트 공장이 있던 곳이다. 산책로가 5백m 정도로 짧고 건물들이 공원을 삥 둘러싸고 있어 탁 트인 느낌이 없는 게 단점이다.

◇ 훈련원 공원=을지로5가 국립의료원 옆. 인라인 스케이트나 스케이트 보드를 즐기는 청소년들에겐 이미 명소가 된 곳이다. 공원 한가운데 계단과 비탈길, 소광장은 이들의 연습장 겸 묘기 경연장이다. 농구장이 있어 미니 농구 대회가 자주 열린다.

이 때문에 한가롭게 산책하기에는 부적절하지만 젊음을 발산하기엔 그만이다. 주말마다 야외공연장에서는 록그룹 경연대회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고 청소년 벼룩시장이 열리기도 한다. 지하에 의류상가가 있고 5분 거리에 동대문시장이 있어 쇼핑하기가 쉽다. 공원 이름은 조선시대 병사들이 무술훈련을 받았던 훈련원이 있었던 데서 유래했다.

◇ 기타=생태계 보호를 위해 하루 2백명으로 입장 인원이 제한되는 강동구 길동 생태공원도 아이들과 함께 가볼 만하다. 오전 10시~오후 4시 개장하고 전화 예약(02-472-2770)을 해야 한다. 방학을 맞아 잠자리.거미.버섯 관찰교실 참가자를 접수하고 있다.

세종로변에 있는 광화문 열린마당은 퇴근 후 직장인들이 캔맥주를 들고 삼삼오오 모여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동대문구 답십리의 간데메 공원, 강서구 등촌동의 매화공원 등도 작지만 운치있는 장소로 꼽힌다. 서울시 공원녹지관리사업소 홈페이지(http://www.parks.seoul.kr)에서 각 공원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김영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