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도 'CEO에 따른 주가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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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국내에서도 최고경영자(CEO)의 진퇴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는 'CEO 주가' 가 형성되고 있다. 이는 능력있는 경영자가 좋은 기업을 만들고 주가를 올릴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한국전기초자 서두칠 사장이 9일 전격 사퇴하자 10일 이 회사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밀렸다. 9일 9만6천원에서 10일 8만1천6백원으로 15% 하락했다.

대우증권 도철환 연구위원은 "한국전기초자는 TV 브라운관이나 컴퓨터 모니터용 유리 벌브를 생산하는 세계 4대 메이저 중 가장 내실있는 경영을 하는 기업" 이라며 "이 회사가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한 데는 徐사장의 경영능력이 뒷받침됐으므로 그의 퇴진은 주가에 악재" 라고 말했다.

한미은행의 경우 지난 5월 17일 하영구 행장 취임 직전 7천7백40원이었던 주가가 5월 말 9천원대까지 올랐고 최근에는 8천2백원대다.

크레딧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CSFB)증권은 河행장의 취임을 앞두고 내놓은 보고서에서 "河행장이 씨티은행에서 보여준 경영능력을 한미은행에서도 발휘할 것으로 기대돼 한미은행의 주가가 상승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이밖에 주택은행 김정태 행장과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 휴맥스 변대규 사장, 한국통신 이상철 사장, 다음커뮤니케이션 이재웅 사장, 대신증권 김대송 사장 등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CEO로 분류된다.

반면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이나 김윤규 전 현대건설 사장 등은 주가조작이나 수익성이 떨어지는 무리한 대북사업 추진 등으로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CEO 주가는 주주 중시 경영이 일반화한 미국에선 흔히 나타난다. 피델리티 등 미국의 대형 자산운용사 펀드 매니저들은 기업을 탐방할 때 경영능력을 파악하기 위해 CEO 면담을 원칙으로 삼는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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