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트라다 필리핀 전대통령 횡령혐의 법정소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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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조셉 에스트라다 필리핀 전 대통령이 10일 두번째로 법정에 소환됐다.

지난달 27일 위증혐의 신문을 받기 위해 필리핀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법정에 섰던 에스트라다가 이번에는 횡령혐의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반부패법원에 출두했다.

변호인측은 10일 오전 대법원에 소환 일시중지 명령을 신청했으나 검토시간 부족을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에스트라다는 결국 오후 2시(현지시간)쯤 법정에 출두했다. 법정에서 변호인측은 횡령혐의에 관한 법률이 위헌 요소가 있고 조문이 모호하다는 이유를 대며 9일 반부패법원에 횡령혐의 기각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에스트라다측이 횡령.부패.독직.위증 등 여러 혐의 가운데 유독 횡령에 대한 재판의 중지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은 필리핀 법률이 횡령을 최고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는 중대범죄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첫 소환 때 인정신문에서 답변을 거부, 사실상 혐의사실을 부인했던 에스트라다는 이날 신문에서도 줄곧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에스트라다의 횡령혐의 유죄판결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이 제2의 '피플 파워' 로 에스트라다를 몰아내고 지난 1월 대통령에 오른 사실 자체가 에스트라다의 부패.횡령을 기정사실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워낙 정치적으로 민감한 재판이다 보니 현지언론들은 법정 공방에 최소 5백시간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양측이 내세울 증인도 1백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되지만 현지 분석가들은 에스트라다가 중형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검찰측은 "에스트라다가 사형까지 가지는 않을 것" 이라면서도 "최대한 높은 형량을 구형할 것" 이라고 밝히고 있다. 종신형을 구형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에스트라다의 정치적 영향력을 고려해 법원이 중형을 선고해도 현 정부가 대통령 사면 등으로 화해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에스트라다 지지자들의 시위를 우려해 첫 소환 당시 5천여명의 경찰력을 동원했던 필리핀 경찰은 이날도 삼엄한 경비를 펼쳤지만 우려했던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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