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일반 노동자라는 건 공무원이길 포기한 것과 같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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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 어떻게 일반 노동자와 같을 수 있겠는가. 만약 같다면 그 순간부터 공무원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전국공무원노조 부산지역본부 남구 지부장 이두호(56.6급.남구의회 전문위원)씨가 8일 이 같은 내용의 '사퇴의 변'을 남기고 지부장직을 전격 사퇴했다. 이씨는 이날 오전 10시 남구지부 수석부위원장 등 5명에게 A4용지 2장 분량의 '사퇴의 변'을 전달한 뒤 외부와의 연락을 끊었다.

그는 '사퇴의 변'에서 "우리 주장이 아무리 옳다 해도 파업은 물론 그것을 묻는 투표는 철회돼야 한다"며 "정부안이 미흡하더라도 합법적 출범 후에 교섭을 통해 우리의 권리를 찾을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또 "이럴 때만이 국민의 지지를 더 많이 받게 돼 개혁과 개선이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3년 전 공무원 노조를 출범한 것은 우리의 투쟁 목표가 정당하고 국민이 우리에게 박수를 보내 준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지금의 현실을 돌이켜 볼 때 높은 투쟁구호와 100억원의 투쟁기금 외에 국민의 무심한 눈길만이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 집행부의 철저한 기획에 의해 거침없이 일이 진행되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동참하는 동지들도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부산=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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