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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 뉴스 <91> 노동시장 신조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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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변화라는 바람을 잘 타야 살아남는 세상입니다. 어떤 사람은 변화의 흐름을 잘 감지해 집에서도 일하며 돈을 벌기도 하지만 실업이란 물결에 휩쓸려 대학 졸업을 미루거나 아르바이트로 연명하기도 합니다. 변화에 맞춰 새로운 족속들이 생겨나기도 합니다. 이들을 지칭하는 신조어(新造語) 속엔 시대의 변화를 읽는 코드가 있으며, 희망과 비애가 녹아 있습니다. 최근 노동시장의 동향과 관련한 신조어를 알아봅니다.

글=김기찬 기자, 일러스트=강일구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나이트쿠스(Nightcus)족

밤(Night)과 인간을 뜻하는 접미사(cus)를 붙여 만든 신조어다. 이들은 사람들이 잠자리에 드는 오후 10시부터 새벽 2시 활동한다. 실업자들이 이런 부류에 속하며, 대학생이나 일반 직장인(비정규직)도 해당된다. 밤을 새고 싶어서 새는 것이 아니라 남들 출근하고 생활할 때 할 일이 없어서 빈둥대며 낮잠을 자고, 밤엔 잠이 안 오는 생활 패턴 때문에 낮과 밤이 바뀐 사람들을 뜻한다.

노무(NOMU)족

‘더 이상 아저씨가 아니다(No More Uncle)’는 뜻의 영어 문장 앞 글자를 따 만든 신조어다. 나이와 상관없이 자유로운 사고와 생활을 추구하는 40~50대 남성을 일컫는다. ‘중년’이나 ‘아저씨’라는 말은 거북하고, ‘오빠’라는 말을 붙이기엔 어색한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은 외모와 자기관리에 큰 관심을 갖는다. 자기계발에 열심이며, 다른 세대와의 융합에도 적극적이다. 캐주얼 차림을 선호하고 피부관리실까지 다니는 신세대형 ‘7080(1970~80년대 학번) 세대’라고 할 수 있다.

더피족(Duppies)

더피(duppie)는 ‘우울한(depressed)’ ‘도시적인(urban)’ ‘전문직(professional)’의 머리글자 ‘d·u·p’를 따온 것이다. 대학을 졸업해 전문직에 종사하면서 고소득을 올리는 도시 전문직 종사자라는 뜻의 ‘여피(yuppies)’에서 앞의 ‘y’만 ‘d’로 바꾼 것이다. 우울한 도시 전문직 종사자라는 뜻이다. 더피는 2000년대 중반 글로벌 경제 위기로 인해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면서 나타났다. 도시 전문직 종사자들의 삶이 팍팍해지면서 원하는 직장을 찾지 못하고 임시직으로 근근이 생활하는 전문직종 사람들을 가리킨다. 요즘 더피족의 의미는 확대되고 있다. 여피족과 달리 소득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소득이 적더라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까지 망라한다.

런치 노마드(Lunch Nomad)족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밥값에도 민감해진다. 인터넷으로 값싼 맛집을 검색하고, 유목민(nomad)처럼 발품을 파는 20~30대 젊은이를 일컫는 말이다. 주요 포털사이트마다 런치 노마드들이 즐겨 찾는 맛집 관련 카페와 블로그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들을 겨냥한 맛집과 요리법을 담은 책도 잘 팔린다. 이들 가운데는 인공 조미료를 넣는지, 주방이 깨끗한지 등을 꼼꼼하게 따지거나 영양사가 배치된 관공서와 기업체 구내식당만 찾는 사람도 적지 않다.

리본(Re-Born)족

젊고 매력적이면서 경제적인 능력까지 갖춘 매력적인 재혼 희망 남성을 말한다. 이혼 뒤 ‘다시 태어났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나 안정적인 경제력과 여성에 대한 매너 등을 갖춰 상대방에게 ‘리본을 묶은 선물’ 같다는 뜻도 담고 있다. 이혼에 대한 편견이 없고, 전통적인 결혼관에서 자유로운 젊은 여성들 가운데 ‘리본족’을 매력적인 결혼상대자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경제적으로 안정돼 있는 데다 한 번 실패한 경험을 바탕으로 배우자에게 더욱 잘 대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시코노믹 또는 치코노믹(Chiconomic)

영어단어 ‘시크(chic, 세련된)’와 ‘이코노믹(economic, 경제적인)’이 합쳐진 신조어다. 한정된 예산으로 알뜰하게 멋을 내는 생활습관을 갖춘 사람을 뜻한다. 교통비·식비와 기타 비용 항목을 조목조목 적어놓고 각 항목에 쓸 돈을 조절하며 알뜰하게 멋을 낸다. 예를 들어 계절별 옷이나 책이 필요할 때 가급적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가까운 거리는 걸어다니면서 교통비를 아껴 옷이나 책을 구매한다. 또 미리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수집해 가격 할인 혜택을 받는 것도 시코노믹의 트랜드다.

신 NG(No-Graduation)족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모두 이수하고도 대학을 계속 다니는 대학생을 일컫는다. 학점이 어느 정도 나오면 F학점을 달라고 떼를 써서 대학을 다니는 NG족과 구분된다. NG족이 대학 5학년이라면 신 NG족은 6~7학년인 셈이다. NG족은 외환위기 때, 신NG족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생겨났다. 일부 대학에서는 아예 ‘졸업연기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는 휴학을 하거나 필수과목을 일부러 수강하지 않는 등 편법으로 졸업을 기피하는 NG족이 늘어나자 대학들이 궁여지책으로 도입했다. 등록금의 6분의 1(50만~60만원 정도)을 내고 재학생 신분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에스컬레이트 족

취업할 때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편입학을 거듭하며 몸값을 높이는 대학생들을 ‘에스컬레이트족’이라고 부른다. 취업 스펙을 갖추기 위해서다. 요즘 대학가에서는 요즘 졸업을 앞둔 졸업 예정자를 ‘실업 예정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극심한 취업난 때문이다.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듯 취업이 어려운 상황을 반영해 졸업예정자를 ‘낙바생’이라고도 한다.

인스피리언스(insperience)족

집안이라는 영어 단어(indoor)와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동사(inspire), 경험을 뜻하는 명사(experience)의 합성어다. 급속히 발전하는 정보통신기술(IT)이 만들어낸 용어다. 요즘 집에서 영화관과 똑같은 체험을 할 수 있는 홈시어터를 비롯해 각종 최첨단 스템이 구비돼 있다. 인스피리언스족은 이처럼 집 안에 홈시어터, 각종 헬스기구, 와인 냉장고, 칵테일 바 등 자신의 취향에 맞게 다양한 시설과 장치를 구비하고 자신만의 삶을 즐기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삶을 즐긴다는 점에서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건강을 유지해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는 웰빙족이나 고소득 또는 빠른 승진보다는 비록 소득은 낮아도 직장생활을 즐기면서 삶의 만족을 찾는 다운시프트족과 비슷하다. 다만 지나치게 개인적이고 폐쇄적이라는 점에서 웰빙족이나 다운시프트족과는 구분된다.

코피스(Coffice)족

커피전문점을 사무실 삼아 일을 하거나 공부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커피와 사무실을 합성한 용어다. 휴대전화와 노트북으로 무장한 코피스족은 윗사람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잡무와 회의에 불려다닐 필요도 없는 커피전문점에서 2~3시간 동안 자기업무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무선랜이 활성화된 덕분이다. 코피스족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잡기 위해 무선인터넷공유기와 전원·콘센트를 구비하는 커피전문점도 늘고 있다. 대학가 커피전문점엔 아침부터 저녁까지 머무는 캠퍼스 코피스족까지 등장했다.

테크 파탈(tech-fatale)

기술을 뜻하는 ‘테크(tech)’에 ‘치명적 매력을 지닌 여성’을 뜻하는 ‘팜므 파탈(femme fatele)’을 합친 용어다. 새로운 IT 제품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사려는 여성소비자를 일컫는다. 테크 파탈은 IT 기기를 활용하는 것을 하나의 취미생활로 여기며, 제품의 디자인이나 브랜드 등 감성적인 부분을 중요시한다. 앞으로 여성이 첨단기술제품의 구매와 소비를 지배할 가능성이 있다는 조사도 나오고 있어 첨단제품 디자이너들은 ‘여성이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을 중시해야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포미(For Me)족

소비를 자신에 대한 투자로 생각하고 남과 구별되는 차별화된 소비를 지향하는 젊은 층 여성을 지칭하는 용어다. 허영의 상징으로 유행하고 있는 ‘된장녀’와는 반대되는 의미다. 이들은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들면 돈 쓰기를 아까워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이 무엇보다 소중하기 때문에 비용을 좀 더 지불하더라고 고급제품을 구입해 사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체내 이물질을 배출하고 지방을 분해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물이나 고추에 들어 있는 캡사이신 함량을 높여 다이어트에 도움을 주는 김치 등은 포미족을 겨냥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헝그리 어답터(hungry adopter)족

온라인으로 신상품을 사서 어느 정도 쓰다 중고로 내다 판 뒤 다시 신상품을 구입하는 사람을 헝그리 어답터(Hungry adopter)족이라고 합니다. 일종의 온라인 ‘신상족(신상품을 즐겨 사는 사람들)’인 셈이다. 이들과 대비되는 시즌리스(seasonless)족도 있다. 패션업계도 불황을 겪으면서 계절에 상관없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패션아이템을 내놓고 있다. 늦가을부터 초봄까지 쓸 수 있는 7~8부 소매 코트나 레깅스, 부티(발목까지 오는 신발)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상품을 즐겨 활용하는 사람들이 시즌리스족이다.

이밖에 웹시(Websy)족도 있다. 웹(web)과 미시(missy)의 합성어다.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고 쇼핑을 즐기는 20~30대 초반의 젊은 주부를 지칭한다. 36개월 미만의 영유아를 둔 웹시족은 자신을 위한 소비는 줄여도 양육비나 교육비는 줄이지 않는다고 한다. 육아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활발하게 정보를 교류하는 성향이 강하다. 경기침체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합리적이고 최저가 위주의 공산품을 구매하는 부류는 호모 에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족이라고 한다. 이들은 최저가를 선호하면서도 친환경 유아용품이나 유기농 식품을 구매한다.

도움말=노동부 노동시장분석과


뉴스 클립에 나온 내용은 조인스닷컴(www.joins.com)과 위키(wiki) 기반의 온라인 백과사전 ‘오픈토리’(www.opentory.com)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 있으세요? e-메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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