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팔루자 대공세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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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이라크 팔루자 대공세 시작
이라크 주둔 미군이 8일 이슬람 저항세력의 거점 도시인 팔루자 진격작전을 시작한 가운데 탱크를 앞세운 미군 병사들이 팔루자 외곽에서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다.

이라크 임시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군과 이라크 방위군 2만명은 8일 새벽(현지시간) 팔루자 서부와 동부지역으로 진격해 치열한 교전을 벌이고 있다. 이야드 알라위 이라크 임시정부 총리는 이날 "팔루자와 라마디 지역에 대해 오후 6시부터 통행금지 조치가 실시되며 바그다드 국제공항도 48시간 동안 모든 항공기의 이착륙이 금지된다"고 밝혔다.

미군은 이에 앞서 지난 사흘간 팔루자 외곽을 전면 봉쇄하고 AC-130 전폭기와 탱크.야포를 동원해 시내 주요 은신처를 맹폭했다. 지상군 1만2000여명은 이날 저항세력 영역이었던 유프라테스강 서안 일부 지역을 장악한 뒤 진격을 계속하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미군은 팔루자에서 가장 큰 병원이 있는 이곳에서 일부 저항세력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후 이 지역엔 이라크 방위군이 배치됐다. 미군은 또 팔루자와 연결된 2개의 교량을 확보했다.

3000여명으로 알려진 팔루자 저항세력은 중기관총을 난사하면서 지상군의 공격에 맞서고 있다. 이들은 일단 팔루자 외곽을 내주고 시내에서 건물.가옥 등 지형지물을 이용한 도시 게릴라전을 펼 것으로 보인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8일 분석했다.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의 '이라크 알카에다 조직'은 7일 "미군과 이라크군에 막대한 타격을 주기 위해 자살폭탄차량 100여대를 준비해 놓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팔루자 저항세력의 거점 탈환에 나선 미군과 이라크군의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한 것이다.

◆ 팔루자=지난해 이라크 전쟁 개시 이후 미군과 저항세력이 격렬하게 교전을 벌여온 곳이다. 팔루자는 알-안바르주(州)에서 주도 라마디에 이은 제2의 도시로 주민의 90% 이상이 이슬람 수니파다.

특히 '수니 삼각지대'의 바그다드-라마디 축에 위치해 저항 강도가 높은 도시로 꼽힌다. 이곳에는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 집권 당시 특권층이던 바트당원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그 때문에 이라크전 이후 후세인 지지시위가 수차례 벌어졌으며 바그다드 함락 이후에도 미군에 대한 공격이 격렬했다. 팔루자는 특히 지난 6월 김선일씨를 비롯해 이라크 거주 외국인들에 대한 납치.살해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민간인 테러의 중심지로 악명이 높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뉴스분석] "저항세력은 총선 장애물" 이라크 임정 극약 처방

미군과 이라크군은 8일 새벽을 기해 수니파 저항세력의 본거지인 팔루자 지역 대공세에 돌입했다. 이라크 임시정부가 7일 오후 비상사태를 선포한 지 24시간도 안돼서다. 현 시점에서 저항.테러세력을 소탕해야 80일 앞으로 다가온 제헌의회 선거를 치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또 미국이 임명한 이야드 알라위 이라크 임시정부 총리가 정국 주도의 자신감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재선에 성공한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이라크 임시정부는'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범아랍 일간 알하야는 8일 분석했다.

미 대선이 치러진 지난 2일을 전후해 극에 달하고 있는 저항세력의 공격을 이 시점에서 완전히 차단하겠다는 극약처방을 내린 것이다. 특히 2주 전 중북부의 사마라시에서 발생한 이라크 신병 49명 살해사건과 서부 안바르주에서 미 해병대 20여명 사망으로 임시정부와 미국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이야드 알라위 총리는 8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테러리스트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내년 총선에서 이라크 국민이 평화롭고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확보하기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팔루자 공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수니파 저항세력의 최대 거점인 팔루자를 장악하지 않고는 내년 초로 예정된 제헌의회 선거를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이 임시정부의 입장이다. 팔루자를 '본보기'로 삼아 다른 수니파 삼각지역에 위치한 바쿠바.사마라 등 반군 거점을 통제하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하지만 내년의 여러 정치일정을 앞두고 화합과 설득보다는 채찍을 동원한 이번 조치에 대한 비난도 만만찮다. 이라크 수니파의 최고기구인 이라크이슬람학자기구는 "만일 팔루자 공격이 단행된다면 총선을 거부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7일 미국의 팔루자에 대한 대규모 공세가 이라크 내 소수파인 수니파의 반발을 초래, 내년의 정치일정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욱이 이라크 및 주변국의 반발도 거세다. 이라크 정치분석가 살만 알주마일리 박사는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점령 상황에서 점령국이 임명한 임시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비난했다. 그는"비상사태에 의거, 미군의 팔루자 공격을 허용한 알라위 정부는 이라크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알하야 신문은 "알라위 총리는 비상사태와 팔루자 공격을 설명하기 위해 주요 아랍국들에 특사를 파견했지만 팔루자 공격에 대한 반대 의견만 들었을 뿐"이라고 전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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