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양념 경제] 공무원이 꼽은 올 행운의 숫자 4·5·20·100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7면

‘4’는 4대 강 사업에서 나왔다. 넓게 보면 경인운하·세종시·보금자리주택 건설을 아우른다. 이명박 정부가 공들이는 4대 강 정비사업의 일환이란 딱지만 붙으면 막힘이 없다. 익명을 원한 4대 강 살리기 추진본부 관계자는 “그래서 다른 부처나 지자체에 접대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5’는 정부의 성장 중시 정책을 대표하는 ‘경제성장률 5%’를 말한다. 경제부처 수장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예상했던 올해 경제성장률 5%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다”고 귀가 닳도록 말한다. 정부가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을 시기상조라고 제동을 거는 것도, ‘확장적 거시정책 기조’를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것도, 모두 ‘5%를 위하여’다. MB정부 초기의 ‘747 공약(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7대 강국)’ 못지않게 방점이 찍혀 있는 것이 요즘의 ‘5% 성장’이다.

‘20’은 올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상징한다. 이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최상급 국정과제다. 준비위원회 안병억 과장은 “G20이라면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전폭 지원해준다”고 말했다. ‘G20’은 민간기업도 탐내는 명품브랜드다. 그만큼 짝퉁 행사가 많아 단속에 애를 먹고 있다. 이 대통령도 자주 활용한다. 지난달 31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G20 의장국으로서 출구전략도 각국과 공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100’은 올해가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 한·일 강제병합 100년 등 매우 뜻깊은 해라는 점에서 주로 외교·문화 정책의 키워드로 부상했다. 숫자 두 개를 함께 쓰면 효과가 두 배다. 국토해양부 권도엽 차관은 “100년 전 일제가 만든 지적도를 계속 쓰는 것은 G20 개최와 강제병합 100년을 맞은 우리의 국격에 비춰 창피한 일”이라고 주장해 반론의 벽을 뛰어넘었다는 후문이다.

허귀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