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금강산 관광 파국, 전적으로 북한 책임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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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북한은 끝내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려는가. 북한은 어제 한국 정부가 550억원을 투입, 건설한 이산가족면회소를 비롯해 문화회관·온천장·면세점 등 남측 자산을 동결하겠다고 위협했다. 또 “현대와의 관광 합의 계약이 더 이상 효력을 가질 수 없게 돼 새로운 사업자와 금강산 관광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아무리 비이성적인 체제라 하더라도 이렇게 막무가내일 수는 없다. 정부는 북한의 위협에 휘둘려선 안 되고 의연히 맞서길 바란다.

금강산 관광사업이 좌초에 이른 것은 전적으로 북한 책임이다. 2008년 7월 북한 초병이 남한 주부 관광객을 총으로 쏴 숨지게 했기 때문이다. 자국민이 피살되는 사건이 터지자 남측 정부로선 진상조사와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없이는 관광을 재개할 수 없다. 너무나 당연한 조치다. 남측 국민 대부분의 컨센서스이기도 하다. 따라서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선 북한이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는 게 1차적 관건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책임을 따진다면 (피살자) 본인의 불찰”이라는 등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였다. 게다가 남측 주민을 억류하고 있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뒤 수십 일이 지나도 아무런 해명이 없다. 남측 정부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조치를 도저히 취할 수 없게 원인 제공을 한 것이 바로 북측이었던 것이다. 사정이 이렇게 명명백백한데도 북한은 오히려 협박의 수위를 더 높이는 어깃장을 놓고 있다. 금강산에 소재한 남측 부동산 등 자산을 강제로 빼앗고, 막대한 대가를 챙긴 현대와의 기존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겠다니 이런 억지가 어디 있나.

북한이 이런 강수를 둔 배경은 뻔하다고 본다. 남측 사업자들에게 타격을 입히면 남남갈등을 부채질하고, 천안함 사태로 가뜩이나 뒤숭숭한 남측 사회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정말 잘못된 판단임을 곧 깨닫게 될 것이다. 북한은 이제부터 국제사회로부터 완전히 고립될 것이다. 연초부터 국방위원회를 중심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외자 유치에 나선다고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다. 계약 상대방의 자산을 강탈하는 국가에 어느 누가 투자하겠는지 헤아려봐라. 남측 사회가 이 정도의 위협에 굴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그것도 큰 오산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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