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콜금리 0.25% 인하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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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인하는 이례적으로 표결로 결정됐다. 오전 9시30분에 시작된 금통위는 11시50분 정회했다가 낮 12시40분 속개해 표결에 부쳐 4대3으로 0.25%포인트 인하(5%→4. 75%)를 결정했다.

3명의 금통위원은 ▶금리를 낮출 때가 아니며▶인하 효과도 크지 않고▶금리 인하로 구조조정 의지가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전철환 한은 총재 등 4명은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며 인하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한은의 금리정책이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이번 인하 결정도 두시간이 넘는 격론이 보여주듯 적시(適時)에 이뤄졌느냐는 데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 뒷북 치는 한은=금리 조정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대개 3~6개월 뒤에 나타난다. 따라서 통화당국의 금리 결정은 경기나 물가 변동을 미리 예측해 선제적(先制的)으로 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네차례 이뤄진 콜금리 조정은 경기와 시장 흐름을 뒤따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하반기 초 경기가 과열 양상을 보이자 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한은은 8, 9월 경기가 가파르게 올라갈 때 가만히 있다가 경기가 내리막길로 접어든 10월에야 금리를 올렸다.

한은은 그 뒤 경기가 계속 하강하는데도 금리를 내리지 않다가 올 2월 0.25%포인트 인하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경기상승 국면에서 금리를 내리고, 하강 국면에 올리는 거꾸로 금리정책을 편 셈이 됐다.

◇ 금리 인하 실효 있을까=한은은 이번 금리 인하가 주식.채권시장 등 금융시장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물경기에 미칠 효과에 대해선 자신없어 했다. 서강대 김병주 교수는 "해외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금리정책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 이라며 "금리정책이 효과를 보려면 정부 지출 및 세율 조정 등 정부 재정정책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 고 주장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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