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슈타지 비밀문서 공개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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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베를린=유재식 특파원]옛 동독 비밀경찰인 슈타지가 수집한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의 신상에 관련한 비밀문서의 공개가 저지됐다.

이 비밀문서는 그동안 콜 전 총리 재임시 비리를 밝혀줄 단서가 될 것으로 주목 받아왔다.

독일 베를린 행정법원은 4일 콜 전 총리가 슈타지 비밀문서의 공개를 금지할 것을 요청하며 제기한 소송에 대해 원고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문서의 공개를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콜이 집권한 1982년부터 동독 정권이 붕괴된 89년 가을까지 슈타지가 수집한 9천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비밀문서의 공개가 무산됐다.

콜은 기민당 비자금 스캔들 수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12월 슈타지 문서 보관소가 자신의 재임 당시 비리와 관련된 방대한 자료를 공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즉시 법원에 공개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비밀문서의 공개를 저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콜측은 "슈타지의 정보는 도청 등 불법적인 방법으로 수집된 것" 이라면서 "이의 공개는 인권과 사생활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 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다수의 동독 출신 정치인들은 콜과 관련한 비밀문서의 공개가 금지된 것은 동서독 통일 이후 10년간 유지돼 온 '공인(公人)의 자료 공개원칙' 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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