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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구멍뚫린 해상방비 이래도 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북한 상선의 영해침범 결과로 해상경계가 강화된 서해안에서 대규모 밀입국단이 항구를 통해 버젓이 상륙한 사건은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만큼 충격적이다. 탈북자를 포함한 조선족 1백8명이 충남 보령시 고정항에 밀입국한 지 만 하루 동안 당진의 한 아파트 은신처로 옮겨 탈북자 김모씨를 제외한 모든 밀입국자가 목적지로 이동한 뒤까지 당국이 낌새조차 못 챘다니 더더욱 기가 찰 노릇이다.

밀입국조직은 지난달 28일 밤 공해상에서 이들을 중국배에서 인계받아 광진호(충남 대천어항 소속)에 태워 30일 오후 7시30분쯤 고정항에 상륙시키고 버스까지 동원해 한 아파트로 옮겨 알선료를 챙긴 후 서울 등지로 보냈다.

해상과 육상에서 이처럼 치안의 구멍이 뻥 뚫렸는데도 당국은 김모씨가 밀입국료를 주지 못해 도망치다가 생긴 부상 때문에 한 주민의 신고로 잡힐 때까지 아무런 기미도 포착하지 못했다.

군 당국은 광진호의 수상한 움직임을 레이더로 잡았지만 그냥 넘어갔고, 해양경찰서는 모든 선박의 입항 때 당연히 해야 할 임검을 "알고 있던 배여서 하지 않았다" 고 한다. 북한 상선이 영해에 들어온 뒤에야 해군이 그것을 포착한 일이 엊그제 같은데 또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은 군경의 내부기강에 큰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냐고 볼 수밖에 없다.

만약 이것이 무장간첩이나 침투조였다면 하는 생각만 해도 모골이 송연해진다. 군경은 왜 이런 일이 재발하는지 해상방비망을 철저히 재점검, 대책을 엄중히 세워야 할 것이다. 또 유화적 대북정책이 국가안보나 해안경비 태세에 해이함을 초래한 것은 아닌지도 냉정히 점검할 일이다.

그리고 지난해와 올해 각각 33건(1천5백44명)과 11건(6백26명)이 적발된 밀입국 사건을 체계적으로 재조사해 밀입국자들을 실어나르는 중국과 한국 알선책들의 조직을 뿌리뽑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밀입국을 주선하는 조직이 한.중 양국을 넘나들며 고도의 수법을 동원하는 것이 확실한데 우리 당국이 아직도 밀입국조직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런 일은 항시 재발할 수 있다. 중국과의 공조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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