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여경리 구인난'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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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대구 검단공단에 입주한 선박엔진부품업체 Y공업은 최근 공단사무소에서 열린 '구인구직 만남의 날' 행사에 참가했다.

올 초 채용한 여자 경리직원이 6개월도 못 채우고 사표를 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이날 현장에서 3명을 면접해 그 중 한 사람을 뽑았으나 이튿날 "판매직 자리가 나 못가겠다"는 전화가 걸려와 다시 구인활동에 들어갔다.

요즘 지역 중소기업들이 여자 경리직원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이날 여자경리직 채용을 원했던 나머지 4개 업체들의 사정도 비슷했다.3공단에 들어선 K엔지니어링 관리과 직원 배모(37)씨는 "구직 희망자는 많지만 '풍요 속의 빈곤'을 절감한다"고 말했다.

우선 경리업무를 맡길 만한 인력이 절대 부족하다.

대부분의 여자상업고교들이 정보화고교로 바뀌면서 교육과정에서 경리과목 비중이 상대적으로 소홀해졌다.때문에 기본적인 경리지식이라도 갖춘 신규 인력은 그만큼 숫자가 줄어들었다.

대구북부고용안정센터의 한 관계자는 "계정과목을 이해하는 사람도 드물어 구인업체쪽에 가르쳐 가면서 쓰라고 권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직장을 찾는 젊은 여성들도 공단기업의 경리직보다는 임시직이지만 유통업체의 판매직이나 농협 등 금융기관의 인턴사원을 더 선호한다.

성서공단 취업상담실 황정애씨는 "공단내 업체라고 하면 전화를 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공단 취업상담실에는 요즘 한달 평균 20∼30개 업체들이 여자 경리직의 구인을 요청하고 있지만 구직 희망자는 1∼2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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