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마라톤] 9살 꼬마, 여자 10km 10위 골인 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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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10km를 44분32초에 달린 꼬마 소녀가 눈길을 붙잡았다. 3000여명의 여자 참가자 중 10위를 한 서울 공연초등학교 3년 김여빈(9.사진1)양. 3년 전 어머니 김정인(39)씨가 동네 학교 운동장을 뛸 때 함께 달리면서 어머니보다 훨씬 빨리 뛰어 놀라게 하더니 이제는 '마라톤 신동'소리를 듣는다. 지난해 노원하프마라톤(21.098km)에서는 1시간46분으로 2등을 하기도 했다. 어머니와 이름이 똑같은 아버지 김정인(42.문구점 운영)씨는 "여빈이가 달리기를 워낙 좋아해 계속 운동을 시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양은 지난 4월부터 육상 선수 출신인 마라톤 동호회 선생님에게서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배우고 있다.

*** 국내 첫'부부 서브3' 탄생

○…국내 마라톤 대회 처음으로 마스터스 '부부 서브 3'가 나왔다(사진2). 여자 마스터스 2위 정미주(40.학습지 교사)씨는 남편 권경택(44.KT 직원)씨와 함께 2시간59분16초에 나란히 결승선을 통과했다. 강원도 원주에 사는 부부는 3년 전 마라톤을 시작해 매일 오전 5시부터 1시간30분가량 함께 뛰며 대회를 준비했다.

○…남자 엘리트 선수 가운데는 이라크 유일의 마라토너인 자심 슐카(27)도 출전했다. 2시간43분11초로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온 남자선수 16명 중 12위. 골인 후 한동안 담요에 누워 숨을 헐떡인 그를 대신해 코치 압둘라힘은 "바그다드에서 서울에 오는 데 사흘이나 걸린 데다 예상보다 날씨가 무척 추워 컨디션도 엉망이었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 유모차 밀며 풀코스 완주

○…세 돌이 갓 지난 어린이가 아버지가 미는 유모차를 타고 3시간56분 만에 42.195km 풀코스를 완주했다(사진3). 류귀열(40.회사원)씨와 재현군이다. 류씨는 결혼 8년 만에 얻은 아들과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어 지난해 대회 때 10km 코스에서 처음 유모차 마라톤에 도전했었다. 풀코스 공식대회는 이번이 두번째. 류씨는 "재현이 몸무게가 13kg이 넘어 이젠 힘에 부친다"며 "앞으론 나란히 손 잡고 달리고 싶다"고 말했다.

○…피의 보복이 끊이지 않는 중부 아프리카 소국 부룬디 출신 난민이 마스터스 풀코스 3위를 차지했다. 턱 밑까지 차오르는 숨을 가누며 결승선을 통과한 부싱고 도나티엔(26)은 입상을 확인한 뒤 "하늘에 계신 부모님이 기뻐하실 것"이라고 했다. 도나티엔은 열다섯 살이던 1993년 부모와 남동생.여동생을 내전 중에 잃었다. 도나티엔은 부룬디 국립대 정치경제학과 3학년이던 지난해 8월 대구 유니버시아드 하프마라톤에 출전한 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에 난민 신청을 했고, 받아들여져 한국에 남았다. 지금은 방 두 칸 짜리 숙소(서울 을지로)에서 살면서 카메라 렌즈 제조업체 기능공으로 일하고 있다.

◆특별취재팀스포츠부=허진석 차장, 장혜수·최준호·성호준·
강혜란 기자 / 사회부=김승현·민동기 기자 / 사진부=조용철·최정동·신인섭 차장, 김상선·최승식·김성룡·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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