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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만난 사람] 연봉 10억 보험설계사 예영숙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4면

보험설계사 예영숙(芮英淑.43.여)씨. 그는 5분 이상 계속해 통화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한번 전화하면 중간에 걸려오는 전화 때문에 네다섯차례쯤 핸드폰이 끊어진다. 그만큼 찾는 사람이 많다.

연봉 10억7천만원을 받는 芮씨는 지난달 삼성생명 보험여왕에 오른 이후 유명세 때문에 더 바빠졌다.

그는 지난 한해 새 계약만 4백90건을 유치했고 고객들로부터 받은 보험료도 자그마치 1백57억원이나 된다. 삼성생명의 6만여 보험설계사 중 단연 1위다. 보험여왕도 올해가 벌써 세번째.

소감은 의외로 담담했다.

"더 겸손해져야 하겠지요. 내가 잘 났다고 생각하면 그 순간 모든 게 끝장나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무슨 일이든 소장과 먼저 상의하는 등 절차를 중시해요. "

芮씨의 직책은 삼성생명 대구지점 대륜영업소의 팀장. 그러나 '임원급' 예우를 받는다. 외부손님을 맞는 개인 사무실이 마련돼 있고 비서도 딸려 있다.

그가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8년. 芮씨는 이 일을 하기 전만 해도 보험엔 거의 문외한이었다. 1993년 유럽으로 장기간 연수가는 남편이 보험증서 5개를 불쑥 맡긴 것이 인연이었다. 약관을 읽어보니 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보험 내용이나 알자 싶어 찾아간 게 교육으로 이어졌고, 알고 나니 한번 해볼 만하다는 생각으로 바꼈다. 그러나 가족들은 보험일을 반대했다. 보험 가입시키려면 통사정하고, 돈 관리 잘못하면 빚질 수도 있는 데다 잘못되면 가정파탄이 올 지도 모른다는 걱정이었다.

芮씨는 어렵게 보험에 뛰어든 만큼 처음부터 달랐다. 정장차림으로 고객을 만나고 받은 보험료도 자신의 지갑에 같이 넣지 않았다.

그는 보험여왕에 오른 비결을 "계약이 이뤄진 뒤 그때부터 고객관리를 시작하는 것" 이라고 잘라 말했다. 즉 고객에게 잘 가입했다는 생각이 들도록 끊임없이 만나고 좋은 정보를 준다는 것.

엄청난 연봉이지만 3분의 1쯤 예금하는 것을 빼고는 고객 접대며 선물비용으로 재투자한다. 고객 경조사에 나가는 화분만 하루 1~2개에 이를 정도. 선물은 하나를 하더라도 제일 좋은 걸로 한다.

이런 것이 계약하면 흔히 거들떠보지도 않는 보통 설계사와 다른 점이라는 것. 그렇게 하니 고객 스스로 또다른 사람을 연결시켜 주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뛰어다니지 않고 앉아서 영업한다.

"보험설계사가 고객을 찾아다니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사회가 불확실해지면서 고객이 오히려 설계사를 찾아다니는 추세입니다. "

그렇다고 芮씨는 일에만 빠져 있지 않다. 보험여왕 타이틀을 차지하면서도 주부역할까지 빈 틈이 없다. 바쁜 중에도 고3과 고1인 두 아들을 매일 자동차로 학교에 데려다 준다. 아이들 성적도 좋은 편이란 귀뜀이다.

芮씨는 집에 들어가는 순간 핸드폰도 아예 꺼버린다. 일을 잊고 주부로 돌아가기 위해서다.

그는 지금도 "남들이 보면 일에만 미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정에 쏟는 노력이 51%쯤으로 조금 더 많다" 면서 "시간이 없어 나를 만나려는 사람을 다 만나주지 못하는 게 가장 아쉽다" 고 덧붙인다.

글=송의호.사진=조문규 기자

<예영숙씨는…>

▶1958년 경북 청도군 각북면 출생

▶ 85~90년 글짓기 교실 운영

▶ 88년 한전문학상 시부문 당선

▶ 93년 삼성생명 대구지점 입사

▶ 98년 삼성생명 전국여왕 수상MDRT(백만불원탁회의)정회원 가입

▶2000년 삼성생명 전국여왕 수상, 저축의날 대통령상 수상

▶2001년 삼성생명 전국여왕 수상

▶현재 삼성생명 대구지점 대륜영업소 팀장, 계명대 경제학과 재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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