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간첩 001 "자수해버릴것"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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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중국에서 활동해온 대만의 고정간첩이 정부의 처우에 불만을 품고 "중국에 자수해 버리겠다" 고 선언, 대만 사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홍콩경제일보는 지난해 3월 "리덩후이(李登輝)총통이 기밀을 누설해 중국 인민해방군 내부의 대만 조직원들이 와해됐다" 고 주장했던 장즈펑(78.張志鵬)이 26일 타이베이(臺北)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8일 중국으로 건너가겠다" 고 말했다고 27일 보도했다.

그는 '001' 이란 암호명으로 중국에서 활동하며 중국 인민해방군 내 고첩조직을 활용해 대만으로 1급 군사정보를 수차례 빼돌린 유능한 첩보원이었다.

그는 1996년 중국이 대만해협 인근 해역에 발사한 미사일이 실제로는 탄두를 부착하지 않은 '공포탄' 이었다는 정보를 대만 정부에 보고하면서 뜻하지 않은 사태에 휘말렸다.

당시 선거를 앞둔 李총통이 張의 정보를 유세기간에 공개해버린 것이다.

중국측은 대대적인 간첩 색출작전을 벌였고 중국에서 활동 중이던 다수의 대만 첩보원들이 희생됐다는 것이 張씨의 주장이다.

중국은 지난해 8월 인민해방군 총후근부 산하 기계화부장을 지낸 류롄쿤(劉連崑)소장과 기계화국장인 사오정중(邵正忠)대교(大校.대령) 등 3명을 뒤늦게 간첩 혐의로 체포해 사형에 처했다. 또 張씨가 설립한 상하이(上海)공장 간부인 야오자전(姚嘉珍)에게도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분개한 張은 지난해 李전총통을 형사고발하고 대만 군 당국을 상대로 1억대만달러(약 37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지만 대만 당국의 반응이 없자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수감 중인 동료 야오자전의 석방을 조건으로 내가 중국에 자수하겠다" 고 선언한 것이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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