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전용카드' 할부금융사 주력상품 떠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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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9면

대출전용카드가 할부금융사들의 주력 상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현재 삼성.현대.롯데캐피탈 등 3개 할부금융사에서 발급하고 있는 대출전용카드는 한마디로 카드 형태의 '마이너스 대출 통장' 이라고 할 수 있다.

신용카드처럼 전국 모든 은행 현금인출기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대출한도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출금을 꺼내 쓸 수 있는 카드다.

대출전용카드는 주택이나 자동차 할부금융시장을 은행에 잠식당해 자금 운용이 어려워진 할부금융사들이 고안한 신상품이다.

신용이 좋지 않아 은행대출이나 카드발급이 어려운 사람들을 상대로 한 일종의 틈새상품.

그러나 요즘 신용이 낮은 사람들의 급전 대출용 상품을 넘어 신용카드의 현금서비스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 현금서비스 실적은 전체 신용카드 사용액의 60%를 넘어 1백30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현금서비스 사용액이 엄청나게 늘어나는 데 대해 "대출이 편리하고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 이라고 업계는 분석한다.

적은 금액을 빌리는데 일일이 금융기관을 찾아가 직원과 얼굴을 맞대고 서류를 작성할 필요 없이 어느 곳에서나 현금지급기를 찾아가 약정한도까지 돈을 꺼내 쓸 수 있기 때문에 선호한다는 것이다.

대출전용카드는 이같은 현금서비스의 장점을 모두 갖추고 있다. 게다가 현금서비스보다 금리가 낮고 연회비도 없다.

요즘 신용카드사들이 수수료를 평균 10% 정도 낮췄다고 하지만 여전히 현금서비스 수수료는 연 14~25% 수준인 데 비해 대출전용카드의 금리는 연 9~22%대다. 대출금을 갚을 때도 대출전용카드가 편리하다.

신용카드는 다음달 결제일에 대출금을 모두 갚아야 하지만 대출전용카드는 대출금의 10%만 갚으면 대출기간이 자동 연장된다. 물론 나머지 대금에 대해서는 별도의 이자를 내야 한다. 대출한도 역시 신용카드의 경우 최고 5백만원 내외지만 대출전용카드는 1천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삼성캐피탈 관계자는 "처음에는 30만원에서 시작하지만 대출금을 제대로 갚으면 6개월 후 한도를 늘려주고 대출금리도 깎아주는 방식" 이라고 설명했다.

신용이 떨어지는 사람을 위해 처음 만들어진 탓에 발급절차도 비교적 간편하다. 소득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와 신분증을 들고 할부금융사에서 신청서를 작성하면 신용불량 기록이 없는 한 사흘 안에 카드가 발급된다.

이같은 장점 때문에 할부금융사들의 실적도 '쑥쑥'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5월 '아하론 패스' 라는 대출전용카드를 처음 내놓아 연말까지 1조2천억원의 대출실적을 올린 삼성캐피탈은 올들어 벌써 1조원을 넘어선 대출실적을 기록했다. 회원도 1백20만명에 이른다.

지난 3월부터 '드림론패스' 영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현대캐피탈도 이미 40만명의 회원을 확보했고 대출금액도 3천억원을 돌파했다.

롯데캐피탈은 백화점 카드를 소지한 고객을 대상으로 현금서비스 기능을 추가해주는 '캐시론 카드' 영업을 지난달부터 시작했다.

현대캐피탈 여신기획팀 정정우 과장은 "대출전용카드는 현금서비스가 갖고 있는 대출 익명성과 편의성을 모두 갖고 있어 가두판촉 등 무리한 영업을 하지 않아도 회원이 꾸준히 늘고 있다" 며 "올해 하반기부터 신용카드사의 현금서비스 한도가 줄게 되면 대출전용카드가 이를 대체할 수 있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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