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방송을 언론장악 도구로 활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26일 오홍근(吳弘根)국정홍보처장과 김정기(金政起)방송위원장이 출석한 국회 문화관광위에선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한 방송의 보도 태도와 국정홍보처의 대응자세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 "방송은 무죄, 신문은 유죄냐" =한나라당 고흥길(高興吉)의원은 "국세청 세무조사와 공정위 조사에 대한 방송의 보도태도가 자신들은 잘못이 없고 신문업계에만 문제가 있는 것처럼 일방적으로 신문을 공격하고 있다" 며 "이는 권력의 언론 장악을 위한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큰 만큼 중지돼야 한다" 고 촉구했다.

高의원은 "방송 3사가 자신들의 탈루에 대해선 짤막한 멘트에 그친 반면 주로 신문업계의 소득 탈루방법에 대한 내용은 상세히 보도해 신문업계만이 문제가 심각하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고 지적했다.

같은당 박종웅(朴鍾雄)의원은 "첨예한 정치적 입장이 대립되는 국회법 날치기처리 사태.안기부 자금 관련 사건 등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공영방송의 편파보도는 전혀 시정되지 않고 있다" 며 "이같은 이유 때문에 방송 뉴스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심화돼 최근 방송 3사의 뉴스가 모두 시청률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고 지적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 심재권(沈載權)의원은 "한나라당에서 MBC의 보도가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며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위에 시청자 불만을 제기한 것은 방송의 독립성과 자유를 침해하는 극히 우려스러운 일" 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방송위가 지난 5월 28일 MBC에 '방송 보도의 공정성에 관한 권고' 결정을 내린 것은 야당의 정치공세에 휘말린 것이 아닌가" 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같은 당 최용규(崔龍圭)의원도 "한나라당과 MBC 사이에 언론중재위 중재에 따른 화해가 성립됐고 한나라당의 반론이 보도됐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위에서 '공정성 권고' 를 내린 것은 정치권을 의식해 방송편성권을 침해한 것" 이라고 주장했다.

◇ "국정 홍보냐 정권 홍보냐" =한나라당은 吳처장의 23, 25일 긴급 기자회견 내용을 문제삼았다.

남경필(南景弼)의원은 "吳처장이 '일부 언론이 언론사 세무조사를 언론 길들이기로 규정하는 것은 심각한 여론 오도(誤導)행위' 라며 압박하고 나온 것은 현 정권의 언론 말살 의도를 내비친 것" 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정병국(鄭柄國)의원도 "평소 吳처장의 스타일상 이처럼 갑작스런 언론플레이는 상부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데 배후가 누구냐" 면서 "홍보처가 언론 장악의 홍위병으로 나선 것이냐" 고 비난했다.

반면 민주당 정동채(鄭東采)의원은 "조세 형평 차원에서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언론사 세무조사를 일부 언론과 야당에서 문제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이라며 "정부는 단호히 대처하라" 고 요구했다.

같은 당 신기남(辛基南)의원도 "일부 신문의 정부 흠집내기가 한계를 넘어서고 있고 외신보도를 의도적으로 왜곡보도하는 경우도 많아 이에 국정홍보처가 신속히 대응하고 있는데 대해 격려를 보낸다" 고 말했다.

답변에서 吳처장은 "역대 어느 정권보다 지금의 언론은 자유를 만끽하고 있으며 정부 대변인으로서 '언론 세무조사는 언론 길들이기' 라는 일부의 잘못된 주장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는 입장" 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 '지금은 부패한 언론을 개혁해야 할 때' 라고 한 민주당 대변인의 견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고 야당 의원들이 묻자 "전체 언론이 다 그렇다고 볼 수 없지만 일부 언론은 수구 부패세력에 해당한다고 본다" 고 소신을 밝혔다.

김정하 기자

사진=주기중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