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선진국선 파업 어떻게 대처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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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선진국들은 파업 문화가 매우 다르다고 합니다. 노사가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서로 존중하고 애쓰지요.

파업도 평화롭게,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해요. 우리에겐 부러운 일이지만 단시일에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네덜란드의 경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노사위원회를 설치해 정부가 중재하는 형식으로 노사화합을 이루고 있습니다.

1970년대 천연가스가 발견돼 얻어진 부(富)를 놓고 노사갈등이 심했어요. 사용자들이 부를 나눠줄 수 없다고 하자 노동자들은 대규모 파업으로 뜻을 관철했어요.

그런데 석유파동으로 경제가 어려워졌는데도 노동자들이 임금인하를 거부해 노사분쟁이 생겨 네덜란드는 '네덜란드병' 이란 말이 생길 정도로 경제가 어려워졌어요.

이를 82년 루트 루베르스 총리가 해결했습니다. 노동자에게는 임금 동결을, 사용자에게는 고용 확대를 호소해 합의를 이끌어 냈지요.

이후 네덜란드 경제는 급속히 발전했고 노사정위원회는 지금도 문제의 80~90%를 합의하고 있다니 극렬 파업이 나올 틈이 없지요.

독일은 아예 노동자를 경영에 참여시킴으로써 파업의 싹을 없앴습니다. 20년에 기업마다 경영협의회를 둬 노사 공동으로 회사를 경영하도록 했고 76년엔 노사가 대등한 권리를 갖는다는 법률을 만들었어요.

영국.미국.싱가포르는 다른 방식으로 대처했어요. 강력한 공권력을 투입해 파업을 진압하고 법을 지키도록 했지요.

영국의 대처 총리는 80년대 초부터 반복되는 노동운동을 근절하겠다며 강경 대응했어요. 특히 84년 최강의 전국광부노조를 굴복시킨 것은 상징적 의미가 크지요.

정부가 경찰력을 투입해 수천명의 노조원을 체포하자 노조가 1년 동안의 투쟁을 중단하고 백기를 들었지요. 이후 영국 노조의 파업 강도는 훨씬 약해졌습니다.

석유파동으로 어려워진 경제를 다시 일으키려던 레이건 미 행정부도 파업에 강력히 대처했습니다.

80년 크라이슬러 노조는 회사를 폐쇄하겠다는 말에 파업 한번 못해보고 임금.의료혜택 삭감안을 받아들였던 것이 그때 분위기였어요.

81년 항공 관제관 파업 때 레이건 정부는 연방군까지 동원해 순식간에 불법 파업을 붕괴시켰습니다. 미국에서도 그 후론 격렬한 파업을 보기 힘들어졌어요.

싱가포르는 60년대만 해도 실업률이 40%에 이르렀고 파업이 일상화한 후진국이었지요. 정부는 아예 단체교섭 자체를 막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파업 자체가 불법이 됐지요. 이후 정부와 사업자는 안정된 사회 분위기에서 외부 자금을 유치해 노동자를 부유하게 함으로써 빚을 갚았어요.

이재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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