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서울시장 경선 단일화를” 나경원 “지금은 얘기할 때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단일화’란 새 변수가 나타났다. 발원지는 경선에 가장 먼저 뛰어든 원희룡 의원이다. 원 의원은 5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나경원 의원에게 단일화를 제안할 의사가 있다고 공개했다. 그는 “현재 여론조사를 보니 (나 의원과) 후보 단일화가 되면 오세훈 시장과 오차 범위에서 각축을 벌이는 것으로 나온다”며 “단일화를 통해 새로운 시장으로 교체할 가능성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 의원은 후보 단일화 방식에 대해 “나 의원이나 저나 각자 정책과 비전을 활발하게 제시하면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마지막에 여론조사를 통하든지, 아니면 미니 경선을 통하든지 방법은 얼마든지 협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지율이 적게 나와도 흔쾌히 승복할 것”이라고 했다.

원 의원은 발언 진의를 묻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원칙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오 시장이 아닌 다른 사람이 한나라당 후보로 나서야 이길 수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의 승리를 위해 단일화를 제안할 거라는 취지다.

단일화 대상으로 거론된 나 의원은 “지금은 단일화를 얘기할 적절한 시점이 아니다”고 거리를 뒀다. 나 의원은 “지금 천안함 사건 등으로 경선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다. 지금은 원 의원이나 나나 경선의 연기를 요구하는 만큼 그 부분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도 “경선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여운을 둬 단일화 가능성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원 의원의 단일화 주장에 대해 오 시장 측은 “원 의원과 나 의원 두 분이 알아서 할 문제”라며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 시장 경선 캠프의 이종현 대변인은 “현재 여론조사를 보면 원 의원과 나 의원의 지지율을 합해도 오 시장 지지율에 20%포인트 이상 뒤처진다”며 “이런 상황에서 단일화를 해 본들 효과가 크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벌써 단일화 얘기가 나오는 건 오 시장이 그만큼 강력한 후보란 얘기다. 우리는 당내 예선보다 본선에 집중하겠다”고 주장했다.

당내에선 원 의원의 단일화 제안에 대해 “후발 주자들이 내놓을 수 있는 최적의 제안”이란 평가와 더불어 “현실 불가능한 아이디어”란 해석이 엇갈린다. 원 의원과 나 의원은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창이자 사법시험 동기(34회)다. 두 사람의 단일화가 성사된다면 ‘동문 연합군’이 꾸려지는 셈이다.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오 시장은 사법시험 26회 출신이다.

이가영 기자

→[유권자 토론방] 선거 때면 나오는 고질, ‘명분 없는 변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