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에세이] 벤처, 인재경쟁서 대기업 이기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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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산업기능요원.전문연구요원 등 병역특례자들의 특정 업체 의무근무기간이 1년으로 단축(전체 5년은 유지)되면서 많은 벤처기업 사장들이 고민에 빠져 있다.

새로운 사고를 가진 신세대 청년들을 가르치고 다듬어 겨우 제 몫을 할 수 있도록 했는데, 조건이 더 나은 곳으로 훌쩍 떠나는 뒷모습을 지켜봐야 한다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전문화된 소수 인력으로 구성된 벤처기업의 경쟁력은 열정을 가진 인재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늘 우수인력에 대한 목마름을 안고 산다.

과거엔 스톡옵션이나 주식에 대한 증여 등을 통해 쉽게 붙잡을 수 있었는데 코스닥 폭락 이후론 인재를 잡을 수 있는 현실적인 무기가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뒷모습만 지켜 볼 수는 없다. 해결책은 인재중심 경영에 있다. 크건 작건 회사의 경영자는 인재를 소중히 여긴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실천 여부와 방법은 가지각색이다.

일부 경영자는 약간의 자기개발보조금과 주식을 무상으로 증여하고는 할 수 있는 인재중시방법을 모두 다 한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데 이것은 큰 착각이라고 할 수 있다.

인재중심 경영은 인간존중에서 출발한다.

가정에서 소중한 아들이자 존경받는 아버지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여운 딸들인 직원들의 인격을 존중하는 마음에 기반하지 않는다면 물질적인 배려는 허상에 불과하다.

이처럼 인간존중을 기반으로 업무와 취미, 회사 밖의 생활에도 따뜻한 관심을 갖고, 직원 개개인이 자기 가치를 높여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직원들의 의견을 주의깊게 경청하고 경영에 반영하는 것이 바로 인재중심 경영이다.

인재중심 경영이란 상식을 벗어난 획기적인 방법이 존재하는 것도, 많은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사람에 대한 배려, 인격에 대한 존중이 인재 경영의 핵심이다.

인재들이 선망하고, 직원들이 함께 일하게 된 것을 감사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오랜 역사를 가진 대기업들과의 인재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유력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CEO는 항상 솔직해야 한다. 임기응변은 그 순간은 모면할 수 있으나 길게 가지 않는다.

진실한 경영자만이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보편 타당한 진리지만 인재경영에서는 특히 위력을 발휘한다.

이창원 퓨쳐테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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