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김병현 "찬호형 미안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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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코리안 파워' 가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호령했다.

박찬호(LA 다저스)와 김병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처음으로 맞대결을 펼쳤다. 김선우(보스턴 레드삭스)도 1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메이저리그 사상 한국선수 세명이 동시에 등판한 것은 지난해 9월 4일 박찬호.김병현.이상훈(보스턴 레드삭스) 이후 처음이다.

다저스와 다이아몬드백스의 경기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박한 승부였기에 박찬호와 김병현의 투구 한순간 한순간에 침이 넘어갔다.

21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

두 팀의 7회 초.말에 각각 박찬호와 김병현이 마운드에 올랐고 승리와 패전이 오가는 외나무다리에서 둘은 쓰러지지 않고 꿋꿋하게 버텼다. 각각 승패를 기록하지 못한 채 다음 대결을 기약했지만 야구가 오를 수 있는 최정상, 메이저리그라는 무대에서 이들의 위상을 확인시켜준 의미있는 경기였다.

박찬호는 노련했고 7이닝 3안타 3실점으로 호투했다. 자신의 시즌 최다투구수(1백30개)를 기록할 정도로 승리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였다. 2 - 0으로 앞선 4회초 몸맞는 공과 중견수 톰 굿윈의 아쉬운 수비에 의한 3루타 등으로 3점을 허용했지만 6회초 무사 1, 2루의 위기를 넘기는 등 최근 물오른 구위를 이어나갔다. 8승4패를 유지했고 방어율은 2.80, 탈삼진은 7개를 보태 통산 1천 탈삼진에 8개를 남겨놓았다.

김병현은 위력적이었다. 3 - 3 동점을 이룬 7회말 2사1루에서 등판, 다저스의 간판타자 개리 셰필드를 삼진으로 꼼짝 못하게 했고 8회말에는 2사 후 볼넷과 안타를 허용하며 다소 흔들렸지만 대타 데이브 핸슨을 다시 위력적인 빠른 공으로 얼어붙게 만들었다. 1과3분의1 이닝 1안타 무실점이었다.

김병현은 팀의 8회초 공격에서 1사 만루의 찬스가 이어져 승리투수에 대한 기대를 부풀게 했으나 타자들의 후속타 불발로 아쉽게 기회를 놓쳤다.

경기는 결국 김병현이 마운드를 물러난 9회말 다이아몬드백스의 네번째 투수 에릭 세이블이 1사 만루에서 에릭 캐로스에게 끝내기 몸맞는 공을 허용, 다저스가 4 - 3으로 승리했다.

김선우는 탬파베이 데블레이스와의 경기에서 팀이 8 - 2로 앞선 9회말 등판, 삼진 한개를 곁들이며 무안타로 경기를 끝냈다.

한편 LA타임스지는 박찬호의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의 말을 인용, 올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 자격이 주어지는 박찬호가 다저스와 연봉 협상이 여의치 않을 경우 팀을 옮길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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