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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만 직후 ‘식물인간’ 된 아내에 7년 보살피다 이혼소송 냈는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A씨(41)와 아내 B씨(38)가 결혼한 것은 2001년 12월이었다. A씨 부부는 이듬해 7월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분만이 끝난 뒤 B씨는 위급 상황에 빠졌다. 분만 후 지혈이 되지 않는 ‘이완성 자궁출혈’이 계속했다. 결국 B씨는 출혈성 쇼크로 ‘식물인간’이 됐다.

남편 A씨는 다니던 회사를 휴직하고 4년간 아내의 병상을 지켰다. 하지만 아내는 깨어나지 않았다. B씨는 2007년 8월 병원에서 친정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현재까지 B씨는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7년7개월의 기다림 끝에 A씨는 올 2월 부인을 상대로 이혼청구 소송을 냈다. B씨의 소송을 대리한 친정아버지도 사위의 뜻을 받아들였다. 한쪽 배우자에게 의식이 없을 경우 특별대리인이 이혼청구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9단독 강규태 판사는 A씨가 낸 이혼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B씨가 7년이 넘도록 식물인간 상태에 빠져 있는 것은 민법상 이혼 사유 중 하나인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 해당한다”며 “두 사람은 이혼하고 A씨를 아이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친권과 양육권을 준 것은 자녀의 원만한 성장과 복지를 위해 타당해 보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법정에서 남편 A씨는 판사의 선고 내용을 묵묵히 듣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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