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5개 지역 고교평준화 방안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내년부터 수원.성남.고양.부천.안양권 등 수도권 5개지역으로 확대실시되는 고교평준화를 앞두고 특수지 고교(평준화 비적용학교)의 평준화 적용여부가 핫 이슈로 떠 올랐다.

고교 평준화 실시예정 지역중 특수지 학교는 성남 14곳(구시가지 1곳, 분당13곳), 고양 3곳, 안양권(의왕)2곳 등 모두 20곳.

경기도교육청이 지난 11일 이들 학교중 일부 학교를 계속 특수지 학교로 존치시키는 방안을 발표하자 특수지 학교 학부모들은 "평준화에 포함되지 않으면 왕따당한다" 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일반 고교 학부모 등은 "학교가 외곽에 있고 이미지가 좋지 않은 만큼 평준화포함은 안된다" 고 맞서고 있다.

이에따라 특수지 고교의 평준화 지정 여부에 대한 논란은 학부모들 간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 성남=도교육청의 이같은 방침이 발표되자 분당에 있는 특수지 고교 재학생 학부모가 극렬 반대하고 나섰다. 학부모들은 "분당신도시가 들어선 이후 교통 여건이 좋아져 성남지역에 특수지 고교가 존재할 이유가 전혀 없다" 고 주장하고 있다.

'특수지 고교 해제를 위한 대책위원회' 위원장 유진숙(48.여)씨는 "서울의 경우 특수지 고교로 지정됐다가도 교통여건이나 학교운영이 정상궤도에 진입하는 3년 후에는 지정을 해제한다. 그런데 유독 성남지역은 20년이 넘도록 특수지 지정을 풀어주지 않는다는 건 어불성설" 이라며 주장했다.

南모(41.여.분당구 정자동)씨는 "명문고를 고집하는 일부 학부모들의 극성 때문에 평준화의 취지가 바래져선 안된다" 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학부모들의 반대도 만만찮다. 도로 사정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실제로 버스노선 하나 없는데다 통학버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부 申모(39.분당구 수내동)씨는 "아이를 이왕이면 좋은 학교에 보내고 싶은 게 부모심정 아니냐" 며 "특수지 학교는 대부분 분당 외곽지역에 있고 이미지도 안좋아 여러모로 껄끄럽다" 고 말했다.

◇ 고양=도교육청은 관산동 벽제고교와 삼송동 고양종고 등 2개 고교가 특수목적고(외국어고) 지정신청이 됐거나 실업계 고교 성격이 강하다는 이유로 평준화 비적용 고교로 결정한다고 밝혔다.

이 방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저소득층 거주비율이 높은 고양 동북부지역은 평준화 적용 인문계 고교가 단 한 곳도 없게 된다.

이에따라 이들 고교로 진학하던 고양.벽제.덕양중학교 등 3개 중학교 졸업생 6백여명은 평준화 실시 이후 원당.화정.능곡 등 덕양구 지역 내 다른 고교로 원정 통학해야 할 처지다.

지역 주민들은 "일반계 고교가 없어지는 것은 관내 중학교 입학 기피 현상으로 이어지면서 지역 교육 기반을 완전히 붕괴시켜 가뜩이나 낙후된 지역 발전을 가로막게 될 것" 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 지역 학부모들은 "지역내에 일반계 고교를 신설하거나 고양종고를 평준화 적용학교로 편입시켜 줄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안양권=안양.과천.군포.의왕 등 4개 시가 한개의 평준화 권역으로 묶이는 안양권은 두곳의 특수지 고교가 있는 의왕지역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다.

학부모들은 의왕지역 특정 학교를 평준화대상에서 제외할 경우 이들 학교는 '3류 고교' 의 멍에를 벗을 수 없으며 학생들 역시 '왕따' 가 된다고 주장했다.

의왕 우성고교 이용길(李容吉)교장은 "의왕시의 일부 학교를 평준화 비적용학교로 지정한다는 자체가 고교평준화 도입의 취지를 벗어난 것" 이라며 "학생들을 동일한 선발과정을 거쳐 학생들이 선의의 경쟁하도록 하는 일관성 교육정책이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의왕시 정원.우성고 학부모 2백여명은 지난 7일 오후 경기도교육청 정문 앞에서 특수지 고교 지정에 반대하는 농성을 벌인 것을 비롯,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경기도교육청 입장=도교육청은 지난 11일 고교평준화 관련 학생배정안을 발표하면서▶평준화 적용 지역내에 소재하고 있으나 일반계 학과와 실업계 학과를 모두 갖고 있는 종합고교▶일반계 고교 중 거주지에서 멀리 떨어져 통학이 불편하거나 선지망률이 지극히 낮은 학교는 평준화 비적용학교로 지정한다는 방침이다.

도교육청 김한철 고교입시팀장은 "평준화 비적용 학교 지정은 최소화 한다는게 기본방침" 이라며 "이달안에 주민 여론조사와 시민단체.교육위원회 등의 의견을 수렴, 이문제를 매듭짓겠다고 말했다.

특수지학교는 통학이 불편하거나 시설 교육여건 등이 열악해 평준화 대상에서 제외된 학교로 학교별 개별모집을 통해 신입생을 선발해 오고 있다.

정찬민.전익진.박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